균열·충돌 흔적 못찾아…해수상자·배관 등으로 바닷물 유입 의심
수사 당국, 증거물·참고인 조사 "사실에 근거해 원인 규명"
'물 위에 뜬 청보호' 파공 없어…사고원인, 내부요인에 '무게'
바로 세운 전복사고 어선 '청보호'가 물 위에 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양 과정에서 육안으로도 충돌이나 파공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사고 원인이 내부 요인에 있다는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9일 해경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원복(물 위에 바로 세우는 조치)을 완료한 청보호는 눈에 띄는 파공이나 균열이 발견되지 않았고, 바다에 뜬 상태로 예인이 가능할 만큼 추가 침수도 없다.

바로 세워진 후에도 기관실에 물이 차고는 있으나, 이는 사고 초기 선체 수색을 위해 배 밑바닥에 일부러 뚫어놓은 구멍에서 바닷물이 일부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수색용 구멍을 인양 준비과정에서 막기는 했지만, 정밀 보수작업은 아니어서 누수가 불가피해 배수펌프를 가동한 채 예인 중이다.

물 위에 바로 세운 청보호는 수색용 구멍에도 문제없이 부력을 유지하고 있고 배 자체에 침수를 야기할 만한 외력의 흔적도 없다.

육상 인양 후 더 정밀한 감식과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같은 정황상 사고가 선체 내부 문제로 발생했다는 '내인설'에 무게가 실린다.

선박 전문가들은 용수 공급 통로로인 '해수 상자(海水箱子·Sea chest)'와 밸브·배관·펌프 등에서 문제가 생겨 침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바다 위에서 선박 내부 수많은 밸브와 배관에 문제없는지 확인할 수 없어, 육상 거치 후 합동조사팀이 이 부분에 대해 정밀감식할 계획이다.

'물 위에 뜬 청보호' 파공 없어…사고원인, 내부요인에 '무게'
스크루와 연결축 등 동력 계통에 침수 흔적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당국은 선체 CCTV 3대, 기관 엔진 모니터, 항법장치 등 6점 증거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했다.

전복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전복이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이뤄진 이유도 조사가 필요하다.

전복 원인으로 지목된 3천여 개의 통발은 사고와 인양과정에서 유실돼 대부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수사당국은 해경, 국과수, 한국선박안전교통공단, 전문가 등과 합동 조사팀을 구성해 청보호 육상 인양 후 현장 정밀 감식을 서두를 계획이다.

관계자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경은 선주, 조선소 관계자, 생존 선원 등 일부 관련자들의 1차 참고인 조사를 했고,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추가 조사도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입건자는 없지만, 수사 진행 과정에서 사고 원인에 과실 연관성이 드러나면 입건자도 나올 전망이다.

해경 관계자는 "최대한 서둘러 선체 정밀감식을 할 방침이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실에 근거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