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주가 상승률 20% 이상은 어닝 쇼크 종목군에 더 많아
올해 연간 전망치 상·하향과 주가 사이 상관성도 약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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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추정치들이 모여 형성된 컨센서스가 투자 수익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등장 속에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사이에 주가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발표된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대체로 상향됐고, 발표된 실적이 컨센서스에 못 미친 ‘어닝 쇼크’ 기업들은 그 반대였다. 주가가 증권가의 향후 전망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작년말 집계 기준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로 형성된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실적을 발표한 금융회사가 아닌 종목은 제주항공, GS리테일, 현대오토에버 등 모두 19개다.

이들 기업의 작년 말 대비 평균 주가 수익률은 11.25%로, 발표된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폭이 큰 19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 11.21%와 큰 차이가 없었다.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적은 영업이익을 발표한 76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도 7.95%로,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과의 수익률 격차가 3.3%포인트(p)에 불과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발표된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돈 폭도 주가 수익률과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았다.

어닝 서프라이즈였던 기업 중 가장 주가 수익률이 큰 종목은 비올로, 지난 8일 종가가 작년 말 대비 38.91% 상승했다. 마이크로니들을 비롯해 피부미용 관련 의료기기 기업인 비올은 작년 4분기 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말 집계된 컨센서스 39억원을 23.38% 웃돈 성적이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돈 폭으로는 11번째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올의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해 “직전 분기 대비 달러 약세, 성과급 영향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발표했다”며 “성과급 영향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50%를 웃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폭이 가장 큰 종목은 제주항공으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3억3000만원 적자)를 5721% 웃돈 187억1900만원이다. 컨센서스가 손익분기점 근처로 형성되면서 비율이 크게 나타났다. 작년말 대비 주가 수익률은 13.76%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의 평균을 소폭 웃돌았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와 발표된 실적이 모두 흑자였던 기업 중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돈 비율이 가장 큰 종목은 GS리테일이다. 발표된 영업이익은 852억9100만원으로, 컨센서스 532억6300만원보다 60.13% 많다.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GS리테일 주가는 9.68% 급등했지만, 작년 종가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8.70%에 그쳐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의 평균에도 못 미쳤다.

당초 GS리테일에 대한 실적 기대치는 높지 않았기에 실적 발표 전까지 주가가 부진했고, 발표 직후 급등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사업이 포함된 신사업 부문에서 여전히 예상을 넘어서는 정도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재현됐지만, 본업(편의점·슈퍼마켓·홈쇼핑·호텔 부문)의 실적 호조가 이를 생쇄하고도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돈 비율 순위가 3~6위인 현대오토에버(이하 컨센서스 대비 실적이 웃돈 비율 52.01%), 아모레G(41.11%), 삼성엔지니어링(40.19%), 롯데정보통신(37.68%)의 작년 말 대비 주가 수익률이 각각 23.56%, 20.77%, 16.40%, 22.34%로 체면치레를 했다.

반면 현대로템(29.08%), LG유플러스(26.08%), 현대일렉트릭(23.87%)는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작년 말 대비 각각 5.99%, 1.63%, 7.76% 하락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어닝 쇼크 종목들의 경우 연초 이후 반등장이 펼쳐진 덕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밑돈 비율이 큰 19개 종목 중 작년말 종가 대비 주가가 20% 이상 상승한 종목은 6개다.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 중에서 주가가 20% 이상 오른 종목은 5개였다.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종목은 현대미포조선 하나 뿐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547억원 적자였다. 작년 말에 형성된 컨센서스 293억4000만원 흑자를 286.43% 밑돌았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종가는 작년 말 대비 13.96% 하락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비용 인상분을 선반영했음을 감안해도 부진한 실적”이라며 “특히 이번 분기에는 환율하락으로 공사손실충당금이 설정된 프로젝트들이 존재했다. 이는 2021년 상반기와 그 이전 수주분의 수익성이 기존 예상보다 부진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효성티앤씨(이하 컨센서스 대비 실적이 밑돈 비율 426.94%), SK하이닉스(122.00%), 포스코케미칼(95.66%), LG전자(84.50%), 유진테크(82.11%), LX세미콘(79.52%)의 주가는 각각 28.00%, 26.53%, 25.28%, 24.39%, 31.38%, 32.22% 상승했다.

어닝 쇼크 비율이 큰 19개 종목 중 연초 이후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된 종목은 카카오페이, SK디앤디, CJ CGV, 호텔신라 등 4개다. 호텔신라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종목의 주가는 상승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오른 카카오페이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16.61%로,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5.06% 하향된 LX세미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 사이에서도 올해 전망치와 주가의 추세가 비슷하지 않았다.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비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말 대비 5.20% 하향됐다.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된 6개 종목 중 연초 이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현대로템 뿐이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