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해 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을 만나고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이번 유럽 방문은 전투기 지원 등을 요청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연설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 유럽 전체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대대적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전투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앞선 일정에서는 명시적으로 전투기를 요구했다. 전날인 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런던 총리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아침에야 공개된 깜짝 일정이었다.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의회 연설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겐 자유가 있다. 그 자유를 지킬 날개를 달라”며 전투기 지원을 영국 의회에 호소했다. 이곳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한 것은 2012년 아웅산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이후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 환담을 마지막으로 오후 늦게 프랑스로 이동했다. 파리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찬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도 두 정상에게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가 전투기를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영국 총리실은 수낵 총리가 벤 월리스 국방장관에게 “어떤 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이는 장기적인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도 전투기 지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전투기 지원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도 결국 전투기 지원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