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강제경매가 급증하고 있다. 집값 하락세와 ‘거래절벽’ 현상이 맞물리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명 ‘깡통주택’ 집주인이 늘자 살던 집에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세입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집값 상승기에 거래된 전셋집들이 올 하반기까지 경매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입자들 "보증금 못 받아"…서울 강제경매, 1년새 24%↑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유효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건수는 6877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5551건)에 비해 23.8% 늘었다. 직전 달(6763건)과 비교해봐도 214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저가 빌라가 밀집해 있는 강서구 화곡동이 983건(14.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양천구 신월동(217건), 관악구 신림동(193건), 양천구 신정동(190건), 도봉구 방학동(167건) 등 순이었다.

강제경매는 채무자가 대여금 등을 변제기일까지 갚지 않을 때 집행할 수 있다. 2020~2021년 집값 상승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등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대거 매입했다. 작년 들어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명 ‘빌라왕’ 사건도 집주인이 돌연 사망함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경매를 통해 구제받아야 하게 된 사례다.

집값 상승기에 아파트 대체재인 빌라 매매가도 동반 상승하면서 전셋값을 밀어올렸지만 하락세가 본격화한 이후에는 빌라의 전셋값보다 매매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2021년 전후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의 전세 계약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까지 강제경매 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