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건설회사에 부과되는 벌점 제도가 바뀌면서 분양 시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건설사의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한 벌점 제도가 오는 3월부터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벌점 공포'…분양시장 혼란 예고
바뀐 벌점 제도가 적용되면 분양 시점을 지금보다 최소 10개월씩 늦춰야 하는 건설사가 속출할 전망이다. 선분양 축소로 인한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의 자금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예정된 주택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올해 건설사 25곳 사전분양 못하나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3월부터 새로 바뀐 벌점 제도를 시행한다. 평균 방식으로 산출했던 벌점을 단순 합산 방식으로 바꾼 뒤 적용하는 첫 사례다. 정부는 2020년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 부실 공사 우려가 있거나 고의·과실로 부실 공사를 했을 때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벌점에 따라 공공공사 입찰 참가나 선분양에 제한을 둬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개정된 내용의 핵심은 벌점 부과 방식이다. 이전엔 부과된 벌점을 공사 현장 수로 나누는 평균 방식을 사용했다. 공사 현장이 많은 대형사일수록 벌점이 현저히 낮아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해부터 단순 합산 방식으로 변경했다.

예컨대 10곳의 건설 현장 중 3곳에서 1점씩 벌점을 받으면 이전까진 0.3점으로 계산됐지만 앞으로는 3점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아파트의 경우 벌점이 3점 이상~5점 미만이면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완료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5점 이상~7점 미만이면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완료돼야 분양에 나설 수 있다. 7점 이상~10점 미만이면 골조공사가 모두 끝나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10점 이상이면 사실상 후분양만 가능하다.

업계에선 벌점 구간 3점 이상~5점 미만에 상당수 건설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고 25층 아파트 기준으로 최소 10개월가량 분양 시점이 늦어진다는 게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대형사 관계자는 “중저층 아파트단지는 5~6개월, 고층 아파트 단지는 10개월~1년가량 분양 시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중소건설사 자금 압박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20~2021년 반기별로 부과된 벌점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합산 기준으로 벌점이 3점 이상인 건설사는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11곳이지만 단순 합산 방식에서는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벌점 3점 이상인 건설사 25곳 중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50위 내 건설사가 10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사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사들은 더욱 초조한 분위기다. 분양 시점이 미뤄지면 자금 조달 공백이 불가피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중견사 한 임원은 “최종 벌점이 확정되기 전에 충분히 사유를 설명하고 감경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분양 시기를 늦춰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 자금 조달 채널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점 부과 건설사 확정 시 정비사업 조합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분양 시점이 늦어지면 일반분양 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벌점에 의한 선분양 제한 대상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주택 공급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충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뒤 시행돼야 할 후분양 제도 도입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변경된 벌점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일단 적용 후 건설 현장과 분양 여건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사망 경감 인센티브와 함께 공사 현장 관리가 우수할 경우에는 벌점을 경감하는 등의 보완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