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지난해 월세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지난해 월세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지난해 임대차 시장에서 화두가 됐던 말 가운데 하나는 '전세의 월세화'다. 전세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내고 계약 기간 동안 거주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은 집을 빌려주는 대신 돈을 융통할 수 있고 세입자는 집값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집을 빌릴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돼 제도가 자리 잡게 됐다.

국내 임대차 시장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전세는 지난해 급격히 흔들렸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의 압박, 집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까지 세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세입자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찾기 시작했고 '월세시대'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총 105만9306건이었는데, 이 중 월세는 45만2620건으로 42.7%를 차지했다. 직전 연도(35만2150건)보다 28.5% 급증했으며, 지역별로는 전세비중을 뛰어넘기도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44·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한 원인에 대해 "불안정한 임대차 시장에서 전셋값 급등과 금리 상승이 맞물린 결과"라면서도 "금리가 안정되면 임차인들 수요가 다시 전세를 찾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 너무 불안…정부가 공급 늘리고 법손질해야"

김 전문위원은 "기준금리는 여전히 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의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며 "금리가 내리면 월세보다는 당연히 전세가 더 매력적이고, 지난해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 뛴 것까지 고려하면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직전 대비 0.2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시장 금리는 내리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전세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2년 고정금리형 전세대출을 내놓고 있다. 이들 상품의 금리 상단은 연 5%대다. 지난해 금리 급등기보다는 완화된 수준이다.


김 전문위원은 국내 임대차 시장은 민간에서 공급하는 비중이 높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황과 정책 방향에 따라 집주인들의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이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의 탄탄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 국내 임대차 시장 불안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금리 및 공사비 상승 등으로 전 정부부터 계획돼 있는 공급 물량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며 "서울의 경우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할 만한 땅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꼽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올해 임대차 시장에선 다시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변성현 기자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올해 임대차 시장에선 다시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변성현 기자
김 전문위원은 임대차 3법도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2021년까지 저금리 상황이 유지되면서 매매 건수가 폭증했는데, 매매 가격이 뛰자 전셋값이 덩달아 치솟았다"며 "여기에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가뜩이나 많은 전세 수요를 받쳐줄 공급이 부족해졌고 전셋값이 한 번 더 튀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을 요약해보자면 민간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상한과 재계약 등을 제한해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법인데 사적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때문에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장 시황이 바뀌었다고 법을 손질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서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법을 유지하되 5% 상한선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입자들, 어쩔 수 없는 월세 선택 상황…다시 전세로 돌아갈 것"

그는 현재 세입자들에 대해 '월세를 선호'하기 보다는 '월세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자를 부담하는 주체가 은행에서 집주인으로 옮겨갔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 준월세 등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전세의 월세화', '월세 선호'가 나타났지만 이는 월세를 올리는 부작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이 선진국처럼 월세화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입주 물량이 나오는 아파트의 경우 전세 비중이 더 높지만, 반대로 빌라(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등 전세 사기 우려가 높은 곳에선 월세가 더 많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본다면 전세가 소폭 많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2012년 지식경제부 국책사업 책임연구원으로 4년간 몸담은 이후 2016년부터는 미래에셋생명에서 부동산 선임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재직했다. 2019년부터는 현재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NH WM마스터즈 부동산 전문위원, 서울시 도시계획국, 금융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월세 시대? 다시 전세로 돌아갈 것" 전문가 전망, 이유는? [이송렬의 우주인]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