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빠진 러시아…결국 '원유 무기화' 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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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만배럴 감산 결정
서방 유가 상한제에 세수 급감
1월 재정 적자 25년 만에 최대
'천연가스 무기화' 실패도 영향
러 도발에 브렌트유·WTI 급등
고유가發 '인플레 공포' 커져
서방 유가 상한제에 세수 급감
1월 재정 적자 25년 만에 최대
'천연가스 무기화' 실패도 영향
러 도발에 브렌트유·WTI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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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10일 꺼내든 원유 감산 카드는 유가를 띄워 불어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 각종 경제 제재로 러시아를 궁지로 몰아넣은 서방에 대한 보복 성격도 강하다. 러시아가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원유 생산국인 만큼 유가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서방에 경고한 대로 원유 감산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시장에선 “러시아가 에너지 안보 우려를 조장하고 유가를 높이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팽배했다.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의 유가 상한제가 개시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감산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러시아의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것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1조7600억루블(약 31조2500억원)로 25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전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데다 서방의 제재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최근 온화한 겨울 날씨로 가스 등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자 원유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천연가스 무기화’에 실패한 러시아가 원유를 새로운 공격 카드로 들고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보복 차원에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유럽 국가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국 등으로부터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며 에너지 대란을 극복해나갔다. 그 사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은 쪼그라들었다.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브뤼겔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천연가스 무기화에 실패한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무기화하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외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와의 협의 없이 러시아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OPEC+는 작년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고, 올해 말까지 이 규모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러시아의 감산까지 더해지면 원유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러시아의 감산으로 인한 원유 공급 부족을 단기적으로 메울 곳은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OPEC+가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겠지만 올해 말 공급을 늘릴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2%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힘겹게 잡히기 시작한 미국 등의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방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의 유가 상한제가 개시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감산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러시아의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것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1조7600억루블(약 31조2500억원)로 25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전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데다 서방의 제재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최근 온화한 겨울 날씨로 가스 등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자 원유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천연가스 무기화’에 실패한 러시아가 원유를 새로운 공격 카드로 들고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보복 차원에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유럽 국가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국 등으로부터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며 에너지 대란을 극복해나갔다. 그 사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은 쪼그라들었다.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브뤼겔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천연가스 무기화에 실패한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무기화하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외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와의 협의 없이 러시아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OPEC+는 작년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고, 올해 말까지 이 규모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러시아의 감산까지 더해지면 원유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러시아의 감산으로 인한 원유 공급 부족을 단기적으로 메울 곳은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OPEC+가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겠지만 올해 말 공급을 늘릴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2%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힘겹게 잡히기 시작한 미국 등의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방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