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만이 이태원 살리는 길' 반대 현수막 다수 걸려
신자유연대 "주민·상인 뜻"…대책회의 "실체 불분명"
녹사평역 분향소를 보는 엇갈린 시선…"이전" vs "존치"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앞에 '용산 주민·이태원 상인·이태원 주민 일동'이라는 명의로 보라색 현수막 7개가 걸렸다.

'슬픔은 가슴에 묻고 제발 이태원을 살려달라', '분향소 철거만이 이태원을 살리는 길이다', '분향소는 제발 이태원을 떠나라' 등의 내용이다.

현수막이 걸린 자리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신자유연대'가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 '정치 선동하는 노동당과 민변은 사라져라' 등의 문구가 적힌 하얀색 현수막이 있었던 곳이다.

신자유연대는 이태원 상인·주민으로 구성된 '용산하나로회' 등의 요청으로 현수막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김상진 대표는 "상인·주민 측에서 지난달부터 현수막을 만들어 놨다가 유가족이 서울광장으로 분향소를 옮기고 신자유연대가 가처분 사건에서 이기면서 이번에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향소를 지키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해당 현수막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최대 이태원 상인 모임이자 구청 등록 단체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도 해당 현수막과 무관하다고 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신자유연대에 동조하는 극소수의 주민과 상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합회와의 협약에 따라 분향소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와 연합회는 지난해 12월23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애도와 기억을 위한 공간 정비, 이태원 1번 출구 인근 상권 회복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녹사평역 분향소를 보는 엇갈린 시선…"이전" vs "존치"
대책회의와 신자유연대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이태원 상인·주민 사이에서도 녹사평 분향소에 대한 의견도 첨예하게 갈린다.

이태원에서 52년째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문석(72)씨는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생겼으니 이태원 분향소는 이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분향소 자리는 이태원의 유일한 광장으로 과거 젊은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음악 행사가 열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인들도 있다.

타로점 사장 김모(60)씨는 "코로나 때 매출이 기존의 절반이었다면 지금은 10분의 1 수준"이라며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가 추모공간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장신구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손님들이 아직도 이태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참사로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준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51년째 이태원1동에 사는 상가임대업자 김우점(71)씨는 "상가가 잘 돼야 나도 먹고사는데 계속 분향소를 놔둘 수는 없다.

정부와 서울시·유가족이 논의해 정리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녹사평역 분향소를 보는 엇갈린 시선…"이전" vs "존치"
분향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

안경점 사장 양승진(57)씨는 "상인 입장에선 분향소가 없으면 좋겠지만 같은 부모 입장에서 분향소를 존치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 옆 보광동에 40년째 거주하는 유모(70)씨는 "이태원은 원래 젊은 세대의 덕을 본 지역이다.

이 동네를 먹여 살린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계속 분향소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태원1동에 15년째 사는 김모(72)씨도 "분향소를 없애라 마라 하면 안 된다"며 유가족의 뜻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주민이자 클럽을 운영하는 박도홍(34)씨는 "분향소를 유지하되 미국의 '9.11 테러 추모공원(메모리얼파크)'처럼 기념비를 세우거나 공원 형태로 가꿔 국가가 추모 분위기를 좋게 승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