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하락 전환했다. 올 하반기엔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1센트(0.52%) 하락한 배럴당 78.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전날 대비 59센트(0.69%) 내린 배럴당 84.50달러에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하락한 것은 4거래일 만이다. 전날까지 3거래일간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7% 가량 상승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유가를 밀어올렸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대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원유 파이프라인이 손상됐을 것이란 관측이 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 하지만 예상만큼 원유 공급 부족이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어케인캐피털의 파트너인 존 킬더프는 전망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WTI와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이날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2021년 6월 이래 최대치라는 소식이 뒤늦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3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의 원유재고는 4억5510만 배럴로 5년 평균치 보다 약 4%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는 500만 배럴 증가했다.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290만 배럴 늘었다..

재고 증가 소식에도 전날 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이날엔 하락 반전했다. 씨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유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ING의 이와 맨데이 원자재 전략가는 "정유 설비가동률이 2.2%포인트 증가한 87.9%를 기록해 올해 들어 최고치를 보였다"면서 "정제 활동이 강해진 것이 재고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원유 재고가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가를 짓눌렀다. 이날 원자재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지역의 휘발유 재고가 7% 급증해 202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중국의 원유 소비는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로이터통신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이란 관계자을 인용해 "국제유가는 중국의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이 제한됨에 따라 올 하반기 배럴당 약 100달러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