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500%?…지자체장들도 우려 쏟아낸 '1기 신도시 특별법'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는 지난 7일 이른바 '특례 선물 세트'라고 불리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공개했습니다. 경기 성남 분당·고양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안전진단을 면제 또는 완화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달 국회에 발의해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나설 계획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공개된 건 처음이라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100만㎡ 이상 택지에 적용됩니다. 재건축 연한인 30년보다 짧은 20년을 기준으로 삼아 도시가 노후화하기 전에 체계적인 재정비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개포·고덕·상계·목동과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 등 전국 49개 주요 택지지구가 적용 기준에 해당합니다.
특별법을 적용 받으면 재건축 최대 걸림돌이던 안전진단 문턱도 사실상 사라집니다.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의 공공성을 확보하면 안전진단을 면제해주기 때문입니다.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도 높입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면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높아집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최대 15%인 증축가구 수를 20%까지 허용할 방침입니다. 이같은 특별법이 공개된 뒤 처음으로 지난 9일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쟁점 사항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분위기는 약간 미묘했습니다. 대개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의 방향이 결정되면, 이해관계자들은 좀 더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규제를 풀거나 제도를 개선하는 사안에 대해선 이런 분위기가 더욱 역력합니다.
하지만 지난 9일 간담회는 사뭇 달랐습니다. 특별법 공개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우려와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좀 더 크게 나왔습니다. 정부의 파격적인 특례가 자칫 지역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들을 쏟아낸 것입니다.
특히 용적률 상향과 이주 대책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미 아파트가 빼곡한 신도시의 용적률을 300% 이상으로 높여 고밀개발 하면 공원,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 관련 판을 새롭게 짜야 하는데, 그만큼 여유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상 용적률 300%는 아파트 35층, 500%는 50층까지 지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 특별법 자체는 용적률 500%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최대호 안양시장은 "기반시설이 부족한데 용적률을 높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주 대책 수립도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주 단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기 신도시 재건축에 큰 제약이 생긴다"며 녹지나 보존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이주단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조용익 부천시장은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임대주택 입주 기준을 완화해 1기 신도시 이주 대상자를 포함했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동시다발적인 정비 사업이 이뤄져 대규모 이주 수요와 시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본방침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원 장관은 이날 "특별법은 많은 가능성을 열기 위한 절차적 방법과 기준을 담은 것"이라며 "지자체의 자율권과 주민들의 자주적 요구, 아이디어를 최대한 담아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