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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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글래디에이터'를 만났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을 이같이 표현하며 호평했다.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몸짱 100인이 모여 상금 3억원을 걸고 벌이는 맨몸 싸움이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피지컬:100'은 최근 한국 예능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간 한국 콘텐츠는 해외에서 드라마 위주로 사랑받았다. 세밀한 말의 톤 차이, 문화적·정서적 요소 등에 크게 좌우되는 예능의 경우 글로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 가운데 '피지컬:100'은 '몸의 승부'를 내세우며 언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편법은 통하지 않는 승부의 세계에 많은 시청자가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에 '근징어 게임'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복잡한 룰도 과감히 생략됐다. 오래 매달리기, 공 뺏기 등 단순한 경기가 펼쳐지며 백 마디의 말 대신 날 것의 몸의 승부를 직접 보고 느끼도록 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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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100'의 인기에 가장 주목받은 건 제작사로 나선 MBC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MBC 시사교양국 소속 장호기 PD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장 PD는 일면식도 없던 넷플릭스 예능팀에 기획안을 보냈고, 넷플릭스는 2주일 만에 프로그램 제작을 결정했다. MBC가 제작한 프로그램이지만, 지상파가 아닌 넷플릭스에서만 독점 공급하고 있다.

장 PD는 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MBC라고 해서 꼭 TV용 콘텐츠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고 교양 PD라고 해서 교양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 생각해서 도전했다"면서 "내가 처음으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제 MBC 사장은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또한 MBC 외에도 공동제작사 루이웍스미디어가 피지컬:100 흥행으로 재조명 받았다. 앞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제작하며 화제를 낳은 데 이어 다시 한번 홈런을 쳤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꼽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콘텐츠 회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자회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역시 예능 콘텐츠 분야에서 '부캐선발대회', '부캐전성시대' 등을 통해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프로그램의 흥행과 함께 제작사 권리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종합 콘텐츠 기업 아센디오는 지난달 27일 '피지컬: 100' 제작에 참여했다고 밝혀 주가가 15% 급등했다. 하지만 루이웍스미디어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아센디오는 '피지컬:100' 기획 개발에 참여하고, 공동제작사로서 크레딧에 상호를 명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기획개발 투자 계약서 일부를 공개하며 "'피지컬: 100' 제작 참여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거듭 밝힌 상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