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생의 큰 그림
경력 개발 관련 사내 워크숍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워크숍이 있다. 그중에서도 직원들이 가장 인상적인 시간이었다고 피드백을 준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은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상상해 보는 시간이다. ‘나는 지금 아흔 살이 돼 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모아 편집한 영상을 보고 있다’는 상상이다. 눈을 감은 채 머릿속에 그려본다. 이 상상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옆에서 이 영상을 함께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나에 관해 어떤 것들을 기억하는가?

경력 개발에 대한 큰 포부를 품고 워크숍에 온 직원들로서는 예상치 못했을 활동이지만, 10분간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낸 후에는 제각기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는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눈앞의 작은 성공에서 눈을 돌려 인생의 큰 그림을 보며 자문해 보게 되는 것이다.

내 인생 전체를 하나의 동그란 파이라고 생각하고, 인생 가운데 중요한 요소들을 각각 부채꼴 모양으로 조각 낸다고 해보자. 일에서의 성공은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한 조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 리는 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 우리에게 주어진 먹을거리를 감사히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 자연과 문화를 누리는 것, 재정적인 공급, 가족 친구 연인 등 나에게 중요한 관계들, 인격의 성장, 태양 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 중에서 낙을 누리는 것, 내 수고의 결과가 나뿐 아니라 남에게도 복이 되는 것 등. 나의 인생을 구성하는 이 조각들의 크기가 각각 얼마의 비중을 차지하기를 바라는가? 중요하고 큰 조각에 그만큼의 시간도 투입되고 있는가?

소위 ‘워라밸’과 ‘웰빙’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도 꽤 됐다. 두 단어 중에서 고르라면 필자는 웰빙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은 일과 삶이 별개인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일은 삶의 의미 있는 일부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할 뿐 아니라 우리 인생을 일과 삶, 이 둘로 나눌 수 있다고 하기에는 ‘삶’에 들어있는 다양한 가치를 너무 평가절하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웰빙은 우리말로 표현하려고 하니 적당한 단어를 찾기가 어려웠다. 국립국어원은 웰빙을 ‘참살이’로 정해서 쓰도록 했는데 ‘진짜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영어 표현보다 더 심오한 단어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평이하게 ‘well’과 ‘being’을 그대로 번역한다면 ‘잘 존재함’이 되겠다. 이 세상에 있는 시간 동안 잘 존재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눈을 지그시 감고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