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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경쟁사들이 상품으로 외형 키울 때 권리 도입 전략 고수
성장 느린 대신 다국적제약사 변덕에 휘둘릴 위험 없어
개발·상업화 과정서 R&D 노하우·네트워크도 쌓여
[마켓PRO] 제약·바이오 소외된 와중에 치솟은 '만년 잠룡' JW중외제약
한 때 매출 규모로 제약업계 3위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10위권을 들락거렸습니다. 20년 동안 경쟁사들이 외형을 6~27배로 키우는 동안, 고작 2배 성장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죠. 이렇게 경쟁사들과 격차가 벌어지는데도 사업 전략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JW중외제약 이야기입니다. 눈치챘겠지만 20여년을 묵힌 사업 전략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기에 이 회사를 들고나왔습니다.

미리 전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주식시장도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JW중외제약은 2만2550원으로 마감돼 연초 대비 19.31% 상승했습니다. 제약·바이오 업종이 소외된 반등장에서 전통 제약사로는 괄목할 만한 수익률이죠. 실제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가 10.43% 오르는 동안 KRX건강지수의 상승률은 0.88%에 그쳤습니다. 매출 규모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10위 안에 드는 종목 중 JW중외제약 다음으로 HK이노엔의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상승률은 6.34%로 JW중외제약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업종 내에서 돋보이는 주가 상승의 배경은 실적입니다. JW중외제약은 작년 4분기 매출 1932억원, 영업이익 30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와 145.5% 증가했고, 특히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컨센서스(136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6844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의 요인은 주요 품목의 성장, 정상화된 원가율, 회계로 인한 일회성 매출 발생”이라고 설명합니다.

JW중외제약의 실적을 키운 효자 품목은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피타바스타틴)입니다. 단일제와 함께 고혈압약 성분 발사르탄을 합친 ‘리바로브이’, 또 다른 고지혈증약 성분 에제티미브를 합친 ‘리바로젯’등 복합제 등 3개 품목의 연간 매출이 1147억원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국산 신약 중 매출 1~2위를 다투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당뇨약 제미글로(제미글립틴)나 보령의 고혈압약 카나브(피마사르탄)과 비교할 만합니다.

“회사의 약만 판다” 개발·상업화 도입 후 시장에 신입시켜

리바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지난 20여년 동안 JW중외제약의 부침을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국산 신약들과 비교했지만, 리바로는 JW중외제약이 처음부터 개발한 약은 아닙니다. 일본 쿄와와 니산화학이 개발 중이던 후보물질의 국내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한 JW중외제약이 국내 허가를 받아 판매하고 있습니다. 도입한 때가 2003년이니 올해로 꼭 20년이 됐군요. 국내 판매는 2005년부터 시작했고요.
리바로젯 제품사진 / 사진 제공=JW중외제약
리바로젯 제품사진 / 사진 제공=JW중외제약
JW중외제약과 다른 대형 제약사들이 걸어온 길이 갈라진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다른 제약사들은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아낸, 쉽게 말해서 국내에서 개발이 완료된 의약품의 판매를 빌려 판매해 매출 규모를 키웠거든요. 반면 JW중외제약이 판매하는 전문약(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의 판권은 JW중외제약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판권을 빌린 게 아니라면 마음을 바꿔 판권을 회수해갈 원래 주인도 없죠.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대형 품목의 판권을 놓고 국내 제약사들끼리 법적 분쟁을 벌이거나, 대체 품목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일을 JW중외제약은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JW중외제약은 리바로 뿐 아니라 가면역질환 치료제 악템라(토실리주맙), 혈우병치료제 햄리브라(에미시주맙)도 각별한 사이인 다국적 제약사 로슈로부터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해 판권만 빌려준 약을 팔지 않는다”며 “JW중외제약이 파는 약은 모두 ‘회사의 약’”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때 유한양행보다 규모 컸지만…지금은 반토막도 안 돼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해 국내에서 직접 허가받아 시장에 진입시키는 JW중외제약의 방식이 쉬운 길은 아닙니다.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낸 뒤에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의약품을 등재하고, 의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사실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이 허가를 받아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신약 허가를 받아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해당 기업의 주가가 튀어 올랐다가, 이내 급락하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조금 더 주식투자 경력이 긴 사람들은 ‘신약을 팔아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느냐를 따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접했을 거고요.

특히 의약품 판매에 선행돼야 하는 의사 처방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거잖아요. 당연히 의사들은 보수적 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사용 데이터가 쌓인 기존 약 대신 새로운 약을 처방하려면, 새로운 약의 효능·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수할만한 확실한 임상적 이득이 있어야 하죠. 제약사가 내세우는 임상적 이득의 가치를 의사들이 인정해줄지도 알 수 없는 문제고요.

무엇보다 ‘한국 제약사들은 복제약이나 만든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20년 전에 JW중외제약은 의약품 개발·상업화에 나섰습니다. ‘신약’이라는 상징적 무기도 없이 말이죠. 무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리해서 좋게 포장하면 ‘성장을 포기한 장인정신’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경쟁 제약사와 매출 규모의 성장 속도를 비교해보면 이런 박한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현재 전통제약사 중 매출 규모 1위인 유한양행의 2001년 매출은 2617억원으로, JW중외제약의 2984억원보다 작았습니다. 20년 뒤인 2021년엔 유한양행이 1조6878억원으로 JW중외제약(6066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녹십자의 연간 매출 규모는 561억원에서 1조5378억원으로 27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권리 도입 전략으로부터 R&D 노하우·네트워크도 파생돼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눈에 보이는 성장도 경쟁사에 밀렸다는 걸로 평가를 끝내면 JW중외제약 입장에선 많이 억울할 겁니다. 실제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역량이 쌓여 있기도 하고요.

우선 다국적제약사로부터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한 후보물질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해왔으니 연구·개발(R&D) 네트워크가 쌓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가전 제품을 하나 사도 1~2년 동안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잖아요. 하물며 허가되기 전의 약물을 팔았는데, 개발·상업화 과정에서 꾸준히 협업을 해왔을 겁니다.

‘안면을 트고 같이 일한 게 뭐 그리 대단하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달 열렸던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라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비롯해 글로벌 의학회가 열릴 때마다 행사에 참여하는 바이오기업들의 홍보에서 빠지지 않는 게 ‘비즈니스 미팅’ 이야기입니다. 마주 앉아 이야기 한 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걸 영업을 해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JW중외제약은 관계만 쌓은 게 아니라 R&D 인프라도 공유했죠. 악템라와 햄리브라의 권리를 사온 로슈그룹 산하 쥬가이제약과 1992년 C&C신약개발연구소를 합작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한일 합작 연구법인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JW중외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요.

상처치료제로 유명한 후시딘을 개발한 레오파마에 기술 수출된 아토피 치료 후보물질 JW1601, 중국 심시어제약에 기술 수출한 통풍 치료제 URC102가 C&C신약개발연구소에서 도출됐습니다.

두 후보물질 모두 질병의 근본적 완치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 굳이 험한 길에 발을 내디딘 거죠. 아토피와 통풍 모두 치료 후에도 장기간 관리하며 재발을 막아야 하는 병이라고 하잖아요. 성공만 하면 소위 ‘대박’을 치겠지만, 아직까지 선례가 없습니다.

신약도 ‘스페셜티’에 도전

뿐만 아닙니다. JW중외제약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주요 표적으로 내세우는 Wnt와 STAT 역시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스페셜티’로 통합니다.

갑자기 영문 약자로 된 의학용어가 나왔는데, 그냥 ‘세포의 증식·사멸 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체계’의 일종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을 만들면 항암제가 되고, 모근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약을 만들면 탈모치료제가 되죠. JW중외제약은 세 번째 SATA 신호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JW2286과 Wnt를 활성화하는 방식의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JW0061를 개발 중입니다.

문제는 SATA나 Wnt를 표적으로 한 신약이 아직 없다는 겁니다. 한 바이오펀드 운용역은 “신약에서 ‘나홀로’인 분야에 도전하는 바이오텍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경쟁자가 없다는 건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물론 JW중외제약을 가진 게 기술뿐인 바이오텍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죠. 2019~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몇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어 개발에 실패해도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니니까요.

📂JW중외제약 프로필(2월10일 종가 기준)
현재주가: 2만2550원
PER(12개월 포워드): 10.92배
적정주가: 3만1200원
2023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658억원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