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럴듯하게 조직만 키워놓고 보자는 식입니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 연대입니까.”

한 삼성전자 직원은 지난 2일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가 출범했다는 소식에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삼성전자사무직노조 등 삼성전자에만 5개 노동조합이 활동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노조 연대가 생겨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판매 등 전자계열사 5곳의 9개 노조가 참여한 조직이다. 기존 삼성 12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에 이어 또 다른 노조 연대가 결성된 것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기존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이었지만, 이해관계가 달라 최근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자계열사만으로 새로 노조 연대를 조직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기업노조 등 서로 소속은 다르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조 연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주요 활동 목표로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만들기’와 ‘노사 상생 기금 조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노조 연대가 출범한 배경이나 당위성 등을 두고 삼성 안팎에선 잡음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주요 계열사 노조가 참여한 연대 조직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연대 조직이 출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노조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분열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가 노조원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세력 확장에 관심이 더 많은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노조의 바람직한 역할은 노사가 함께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에선 ‘노조 리스크’가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만 해도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노조까지 신설되면서 총 5개 노조에 2개 노조 연대가 활동 중이다. 이들이 투쟁과 대립 일변도의 구태를 이어간다면 경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