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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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전환으로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요 은행을 자발적으로 떠난 직원들이 2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주요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이들 은행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적게는 3억4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4000만원 가량을 지급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272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 확정인원이 713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3억8200만원을 특별퇴직금으로 수령한 셈이다. 2021년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3억7600만원(674명에 2533억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 1336억원을 반영했다. 희망퇴직 인원은 388명으로 1인당 평균 3억44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초 34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1547억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책정했다. 1인당 평균 금액은 4억4300만원으로, 현재까지 실적이 발표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지난해 1인당 평균 금액과 비교하면 7700만원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 비용이 늘어난 것은 희망퇴직자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연차였기 때문이다.

반면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희망퇴직 신청 대상 직급과 연령을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로 낮춘 점이 1인당 평균 금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말 이후 각 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5대 시중은행에서만 22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KB국민은행에서 가장 많은 713명이 희망퇴직했고, NH농협(493명), 신한(388명), 우리(349명), 하나(279명) 등의 순이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차에 따라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치와 수천만원의 학자금 및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이 지원된다.

다른 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오는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1분기 하나은행은 희망퇴직자 478명에게 1637억원을 지급, 1인당 평균 3억4200만원이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5대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5대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 모습. 사진=뉴스1
은행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만 감안한 것이다. 근무 기간에 따른 특별퇴직금과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등이 포함되는데, 기업들이 퇴직할 때 제공하는 법정퇴직금 수억원은 빠져있다.

법정퇴직금은 일반적으로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출한다.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KB국민은행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등을 기록했다.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내외였다. 즉 16년가량을 근무한 은행원의 월평균 임금이 808만원∼933만원 수준인 셈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들의 근속연수는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대상자 중 가장 고연령인 1967년생의 경우 법정퇴직금은 3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할 경우 올해 초 은행을 떠난 이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원의 목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 퇴직한 경우 1인당 최대 10억원 이상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퇴직금 수령액 상위 5명은 1인당 8억∼9억원, 하나은행의 퇴직금 수령액 상위 5명은 모두 1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면서 과거처럼 인력 구조조정 등 기업 효율화보다는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는 일종의 '복지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