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타 해외수출 영향없다'는 에볼루스, 합의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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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메디톡스와의 합의 당시 메디톡스와 대웅 간 한국 소송이 주보(나보타의 미국명)나 누시바(유럽명)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했다. 이 합의는 대웅의 제조·수출권을 포함한다."
지난 10일 에볼루스 발표문의 일부다. 이 발표를 통해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미국과 유럽 등의 나보타 판권을 보유한 에볼루스가 현지 제조·수출은 한국 법원 판결과 상관없다고 재차 확인하면서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매출의 80% 가량을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나보타 제조 판매를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도 2년 전 에볼루스와의 합의에 따라 나보타 수출 로열티로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의 글로벌 판권 상당수는 미국 에볼루스가 보유하고 있다. 에볼루스는 2013년 9월 대웅제약과 계약을 통해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지역 상업화 권리를 획득했다.
에볼루스는 이들 국가에서 허가 수입 판매 마케팅 등을 맡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이미 출시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멕시코는 프로바이오메드가, 브라질은 목샤8이 각각 판권을 획득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톡신 소송에서 메디톡스 손을 들어준 뒤 나보타의 해외 수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재판부가 제품의 제조 판매까지 금지하면서다.
하지만 에볼루스는 성명을 내고 2021년 메디톡스와의 합의에 따라 한국 법정 싸움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했다. 한국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대웅제약의 수출용 제품 생산 및 판매는 계속한다는 데에 메디톡스 측과 이미 합의했다는 취지다.
대웅제약은 "민사 1심 판결문 수령 즉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나보타 생산과 판매에 문제 없도록 할 것"이라며 "항소를 통해 상급심에서 1심의 오판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1개월 간 엘러간과 메디톡스는 나보타 수출 판매 로열티를 함께 받았다. 이후 2032년 9월까지 메디톡스만 로열티를 받게 된다. 합의 후 2년 간 메디톡스가 챙긴 로열티 수익은 연간 1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시 합의문에는 보툴리눔톡신 제품 제조 기업으로 대웅이 여러차례 언급됐다. '합의에 따라 한국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해도 에볼루스의 주보, 누시바 상업화 권리와 이를 위한 대웅의 제조 권리가 보장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에볼루스의 권리가 인정되는 국가로는 미국과 함께 캐나다, 유럽, 스위스, 러시아 및 CIS,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일본 등이 포함됐다. 모두 에볼루스가 상업권을 보유한 나라다.
당시 합의문을 통해 메디톡스와 에볼루스는 한국 소송 결과가 나와도 해당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쪽에서 합의를 깨지 않는 한 미국 유럽 등에 나보타를 수출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미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메디톡스에 반납하게 되면 사업 자체를 못하게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미지수다. 앞서 대웅제약 측이 ITC 소송 과정에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어디서든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2020년 ITC는 예비 판정과는 다른 최종 결론을 내렸다. 예비 판정에선 메디톡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툴리눔톡신 균주 획득에 8년, 공정 노하우 구축에 2년이 걸린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내 나보타 수입 금지 기간이 10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수입 금지 기간은 21개월로 크게 줄었다. 보툴리눔톡신 균주 배양 등 획득 과정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웅제약 측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해당 판결도 메디톡스, 앨러간, 에볼루스의 합의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당시 대웅제약은 나보타 제조에 활용된 것과 같은 홀A하이퍼 균주를 미국에서 구매해 ITC 측에 제출했다. 이는 ITC 예비 판정 수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중에서 수개월만에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균주 획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대웅제약은 "새로 구입한 홀A하이퍼 균주로 나보타 허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균주가 바뀌면 제품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석에 따라 이런 방침이 현실화되진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시판 중인 나보타 균주를 반납하더라도 다른 균주로 사업을 계속할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 2016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논란이 불거진 뒤 상당수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확보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지난 10일 에볼루스 발표문의 일부다. 이 발표를 통해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미국과 유럽 등의 나보타 판권을 보유한 에볼루스가 현지 제조·수출은 한국 법원 판결과 상관없다고 재차 확인하면서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매출의 80% 가량을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나보타 제조 판매를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도 2년 전 에볼루스와의 합의에 따라 나보타 수출 로열티로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있다.
매출 80% 가량 수출에 의존한 나보타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올 들어 3분기까지 벌어들인 나보타 누적 매출은 1079억원이다. 이중 78%에 이르는 846억원을 수출로 올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국내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나보타 수출길이 막히면 대웅제약의 매출 타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대웅제약 나보타의 글로벌 판권 상당수는 미국 에볼루스가 보유하고 있다. 에볼루스는 2013년 9월 대웅제약과 계약을 통해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지역 상업화 권리를 획득했다.
에볼루스는 이들 국가에서 허가 수입 판매 마케팅 등을 맡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이미 출시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멕시코는 프로바이오메드가, 브라질은 목샤8이 각각 판권을 획득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톡신 소송에서 메디톡스 손을 들어준 뒤 나보타의 해외 수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재판부가 제품의 제조 판매까지 금지하면서다.
하지만 에볼루스는 성명을 내고 2021년 메디톡스와의 합의에 따라 한국 법정 싸움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했다. 한국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대웅제약의 수출용 제품 생산 및 판매는 계속한다는 데에 메디톡스 측과 이미 합의했다는 취지다.
대웅제약은 "민사 1심 판결문 수령 즉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나보타 생산과 판매에 문제 없도록 할 것"이라며 "항소를 통해 상급심에서 1심의 오판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ITC 판결 후 합의문에 대웅 측 제조권 명시
당시 합의는 2020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나보타 21개월 수입금지 판결이 있은 뒤 이뤄졌다. 합의 주체는 메디톡스와 엘러간, 에볼루스다. 에볼루스는 미국 등에서 제품 판매를 계속하는 조건으로 합의금 3500만달러와 매출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지급키로 했다.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1개월 간 엘러간과 메디톡스는 나보타 수출 판매 로열티를 함께 받았다. 이후 2032년 9월까지 메디톡스만 로열티를 받게 된다. 합의 후 2년 간 메디톡스가 챙긴 로열티 수익은 연간 1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시 합의문에는 보툴리눔톡신 제품 제조 기업으로 대웅이 여러차례 언급됐다. '합의에 따라 한국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해도 에볼루스의 주보, 누시바 상업화 권리와 이를 위한 대웅의 제조 권리가 보장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에볼루스의 권리가 인정되는 국가로는 미국과 함께 캐나다, 유럽, 스위스, 러시아 및 CIS,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일본 등이 포함됐다. 모두 에볼루스가 상업권을 보유한 나라다.
당시 합의문을 통해 메디톡스와 에볼루스는 한국 소송 결과가 나와도 해당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쪽에서 합의를 깨지 않는 한 미국 유럽 등에 나보타를 수출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미다.
균주 반납하면 사업 못한다?
2년 전 합의를 통해 대웅제약이 미국과 유럽 등의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하면, 이번 판결로 받는 타격은 국내와 멕시코, 브라질 매출 등에 그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나보타 매출에서 수출을 제외한 국내 매출은 23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일각에선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메디톡스에 반납하게 되면 사업 자체를 못하게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미지수다. 앞서 대웅제약 측이 ITC 소송 과정에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어디서든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2020년 ITC는 예비 판정과는 다른 최종 결론을 내렸다. 예비 판정에선 메디톡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툴리눔톡신 균주 획득에 8년, 공정 노하우 구축에 2년이 걸린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내 나보타 수입 금지 기간이 10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수입 금지 기간은 21개월로 크게 줄었다. 보툴리눔톡신 균주 배양 등 획득 과정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웅제약 측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해당 판결도 메디톡스, 앨러간, 에볼루스의 합의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당시 대웅제약은 나보타 제조에 활용된 것과 같은 홀A하이퍼 균주를 미국에서 구매해 ITC 측에 제출했다. 이는 ITC 예비 판정 수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중에서 수개월만에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균주 획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대웅제약은 "새로 구입한 홀A하이퍼 균주로 나보타 허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균주가 바뀌면 제품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석에 따라 이런 방침이 현실화되진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시판 중인 나보타 균주를 반납하더라도 다른 균주로 사업을 계속할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 2016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논란이 불거진 뒤 상당수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확보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