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문화 확산에 첫 선적물량 이틀만에 완판…렉스턴 스포츠에 도전
좁은 차선·주차공간 등 도심주행 한계…왜건 전철 밟을까 관심

제너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인 GMC의 초대형 픽업트럭 시에라가 이달 초 국내 상륙한 가운데 픽업트럭 불모지인 한국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 없던 초대형 픽업트럭이란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폭은 분명히 넓혔지만, 대배기량 엔진, 좁은 차선과 주차공간에 따른 도심 주행의 어려움은 극복해야 할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대형 시에라가 韓픽업트럭 시장 키울까…"통할지 아직 미지수"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C는 지난 7일부터 온라인 계약을 한 시에라가 첫 선적 물량을 이틀 만에 모두 판매했다고 밝혔다.

GMC는 정확한 대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100여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GMC는 다음 달 2차 선적 물량을 들여올 예정이다.

GMC는 비록 첫 선적물량이 많진 않았지만, 국내에 처음 들여온 초대형 픽업트럭인 만큼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는 시에라가 픽업트럭 연간 판매량 3만대 정도인 한국 시장에서 숨겨진 수요를 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 모델인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90%에 가까운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시에라가 기존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지도 이목이 쏠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픽업트럭 판매량은 2만9천685대로, 이중 렉스턴 스포츠가 2만5천388대로 85.5%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어 수입 픽업트럭 3인방인 쉐보레 콜로라도 2천929대, 포드 레인저 618대, 지프 글래디에이터 566대의 순이었다.

지난달 판매량도 렉스턴 스포츠가 1천189대로 가장 많았고, 콜로라도 163대, 레인저 35대, 글래디에이터 15대가 뒤를 이었다.

GMC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에 캠핑·차박 등 아웃도어 문화가 확산한 가운데 여유 있는 여가생활을 즐기는 4050 소비자가 시에라의 주요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수입 픽업트럭(4천110대)의 구매자 중 40∼50대 비중은 53%(2천191대)에 달했다.

최고급 트림이지만 미국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9천330만원)과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3만원도 되지 않는 세금도 시에라의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초대형 시에라가 韓픽업트럭 시장 키울까…"통할지 아직 미지수"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초대형 픽업트럭이 통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시에라는 전장 5천890㎜·전폭 2천65㎜·전고 1천950㎜로, 현재 국내 출시된 다른 픽업트럭보다도 커진 제원을 갖췄다.

국내 도심의 좁은 차선이나 주차공간을 고려하면 이러한 초대형 차량은 외곽에서만 주로 활용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아울러 자동차업계의 전동화 전환으로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전기차 등이 속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초대형 픽업트럭의 대배기량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1∼2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차, 기아가 국내에 현재까지 픽업트럭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기아의 모하비 기반의 픽업트럭 테스트 차량은 최근 남양연구소 인근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픽업트럭이 유럽에서는 큰 인기지만 한국에서는 외면받는 왜건 모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 입장에서는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시에라 출시가 큰 활력을 주는 것이 맞다"라면서 "다만 한정된 시장이란 점이 한계"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토캠핑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심주행 등의 한계는 대형 픽업트럭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안고 가야 할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