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냐, 대세 상승이냐…금리인상 멈춘 뒤 증시 향방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경제지표는 경기를 앞서가냐 여부에 따라 선행, 동행, 후행 지표로 나뉜다. 투자자 성향도 위험을 얼마나 감내하느냐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resort to risk)’와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로 양분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활동에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자금 흐름에도 군집 성향이 더 강해졌다. 최근처럼 전환기에 그린 슛, 즉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투기 자금이 선두에 서고 투자 자금, 안전 자금 순으로 뒤따라오느냐에 따라 성과가 좌우된다.

올 들어 글로벌 자금시장에서는 세 가지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권역별로는 작년 말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들어가던 자금이 핵심 신흥국으로 환류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중국, 한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3국의 평균 주가는 불과 한 달 남짓 기간에 10% 이상 급등했다.

종목별로는 작년에 낙폭이 컸던 빅테크 종목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와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 주가도 10% 이상 급등했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무려 70% 가깝게 치솟고 있다.

시장 간에는 은행으로의 ‘역무브 현상’이 중단되고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무브 현상이 감지된다. 주식과 채권 간 ‘6 대 4’ 원칙이 복원되고 있으나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귀금속 시장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경기 향방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던 ‘1994년 이후’와 ‘1999년 이후’ 사례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신경제 신화가 이어졌던 전자 때는 대세 상승기가 전개됐으나 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부진했던 후자 때는 증시가 붕괴했다.

작년 12월 제시된 점도표를 근거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변경 경로를 추적해 보면 다음달 회의에서 한 차례 더 인상한 이후 한동안 중단했다가 올해 말에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벗 추진 기대가 나온 이후 ‘100대 초반’으로 급락한 달러인덱스도 조만간 ‘100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세계은행(WB)이 세계 경제 반기 보고서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1999년 이후’ 사례가 될 확률이 높았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작년 6월 제시됐던 수준 대비 반토막이 난 데다 선진국의 70%, 신흥국의 60%가 침체될 것으로 예측됐다. WB의 예측대로라면 세계 경기는 그레이트 리세션에 빠지고 증시는 붕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달 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내놓은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전망치도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올렸다. IMF의 예측대로 된다면 세계 경기는 슬로 세션에 그치고 증시는 골디락스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90bp(1bp=0.01%포인트)까지 역전된 것도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전통 시각에 입각한 JP모간 등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으로 주가가 조만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등은 장·단기 금리가 모두 내려가는 여건에서는 금융비용이 줄어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판단이 쉽지 않지만 다음달에 발표될 Fed 전망에서 미국 경제 성장률이 작년 12월에 비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여 일단은 ‘1999년 이후’보다 ‘1994년 이후’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상향 조정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불거질 수 있어 증시는 전자와 후자의 중간지대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