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잇달아 ‘책임광물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채굴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가 이뤄질 우려가 없는 광물만 원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일종의 증서다. 올해 최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안으로 꼽히는 공급망 실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우리는 착한 광물만 씁니다"…배터리社 잇달아 보고서 작성
책임광물 보고서란 기업의 광물 구매·관리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최근 들어 관련 보고서를 따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양·음극재가 모두 광물소재인 데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정보의 수요가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책임광물 보고서를 낸 기업은 포스코케미칼이다. 포스코는 2020년 철강업계 최초로 책임광물 글로벌 협의체 RMI에 가입한 뒤 그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기적 관리에 나섰다. 2021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RMI로부터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분쟁 단체 자금 유입 등 우려가 없다고 인증받은 광산 및 원료회사로부터만 코발트, 텅스텐 등을 공급받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에코프로그룹이 창사 후 처음으로 책임광물 보고서 작성 대열에 합류했다. 이 그룹은 배터리 소재 생산 과정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의 광물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TF를 꾸려 내부 규정을 제정한 뒤 세부 관리체계를 구축해 왔다. 공급망에 포함돼 있는 49개 광산·제련소·정련소 등에 대해 위험 평가를 한 뒤 고(高)위험군으로 분류된 세 곳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엘앤에프는 별도의 보고서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원료의 책임감 있는 조달’을 주요 ESG 경영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책임 있는 코발트 이니셔티브(RCI)’에 합류해 공급 업체에 실사 의무를 적용해 왔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공급망 실사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어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당장 올해부터 독일이 고용 규모 3000명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과 인권에 관한 실사를 의무화한다. EU도 역외 기업에까지 적용되는 실사 지침을 마련했다.

유현주 포스코경영연구원 ESG경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공급망 관리는 실무진 차원의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며 “ESG가 새로운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