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는 수서차량기지…이전 대신 '인공지붕' 덮어 입체개발
서울시가 강남구 수서차량기지를 첨단산업 거점으로 조성한다. 시는 수서역 일대를 문정지구·위례신도시를 비롯해 강남보금자리지구와 세곡지구 등 동남권 주거지를 배후로 둔 산업·업무 중심지역(조감도)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수서차량기지 입체복합개발을 위해 지난해 마련한 기본 구상안을 바탕으로 세부계획 용역 등을 실시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시는 올해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도시관리계획 변경 방안과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 마련 등의 계획을 구체화한다.

지하철 3호선 수서차량기지는 수서역 남측 탄천변에 20만4280㎡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고, 서울공항과 인접한 비행안전구역이다. 시는 프랑스 파리의 철도부지 복합개발 사례인 리브고슈를 본떠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파리 리브고슈 지역은 낡은 공장과 창고가 모인 철로변의 쇠퇴한 도심 공업지역이었다. 파리시는 1990년대부터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상 터널을 만들 듯 철로 상부를 덮어 인공 지반을 조성하고 상업·공공시설, 민간·임대주택, 녹지공간을 개발했다. 서울시는 수서차량기지 상부와 주변에 최고 9~16층, 연면적 총 66만5000㎡ 규모 업무시설과 주거·상업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수서역 일대는 수서고속철도(SRT)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지나는 서울 제2의 관문으로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이다. 시는 판교 업무시설 포화로 유턴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수서역 일대에 유치해 삼성동에서 판교로 이어지는 동남권 지식산업벨트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동부간선도로와 자곡로 등으로 연결되는 차량 도로를 비롯해 수서·문정 보행교 등의 보행로를 만들어 주변 지역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현재 차량기지로 인해 단절된 남·북과 동·서 지역을 잇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