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기반 NFT '오디널' 둘러싼 논쟁…왜? [한경 코알라]
비트코인 기반 NFT '오디널' 둘러싼 논쟁…왜? [한경 코알라]
2월 13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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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기반 NFT, 오디널의 등장

지난 한 주 동안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비트코인의 가장 작은 분할 단위인 사토시를 이용해 NFT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인 ‘Ordinals(오디널)’과 ‘Inscriptions(인스크립션)’을 놓고 열띤 논쟁에 휩싸였다. 오디널은 2017년 Segwit(세그윗) 업그레이드와 2021년 단행된 Taproot(탭루트) 업그레이드로 인해 비트코인 블록에 ‘Witness data(증인 데이터)’라는걸 담을 수 있게 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프로토콜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오디널을 통해 JPEG, PNG, 비디오 파일, 또는 심지어 간단한 게임까지 비트코인 블록에 직접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그림 파일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저장하려는 시도가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4년에도 오디널과 유사하게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BTC 거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컨트랙 기능이 없어 NFT를 발행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네트워크지만 사실 비트코인에도 아주 간단한 형태의 스마트 컨트랙트라고 할 수 있는 ‘스크립트’ 기능이 있다.

보통 BTC를 전송할 때 사용하는 스크립트인 ‘Unspent Transaction Output (UTXO)’ 는 금융거래에 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헌데 OP_RETURN 이라는 별도의 스크립트는 금융거래 목적의 스크립트를 무효화시켜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특정 UTXO 들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 안에 다른 데이터를 저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2014년 당시 이런 시도를 했던 몇몇 서비스들이 생성한 트랜잭션의 수는 10GB 규모, 총 3200만개로 전체 트랜잭션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이 데이터는 영원히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기록이 되어 있다. 하지만, OP_RETURN 스크립트를 통해 생성된 트랜잭션은 80 byte 밖에 블록에 저장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다. 아무리 작은 그림 파일 용량도 하나에 수십 킬로바이트가 넘는데 블록에 담길수가 없으니 해당 서비스들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그림 파일을 담는 등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도 아닌데 왜 요즘 들어 NFT 를 발행하는 것이 다시 화제가 되는 것일까? 지금을 2014년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은, 블록에 80 byte 의 작은 데이터가 아니라 최대 4 MB 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2017년 진행됐던 세그윗 업그레이드와 2021년에 진행된 탭루트 업그레이드다.

세그윗 업그레이드는 트랜잭션에 포함되어 있던 디지털 서명을 트랜잭션 밖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1 MB 크기의 블록에 더 많은 트랜잭션을 담을 수 있게 하고, 디지털 서명은 메인 블록체인 밖의 공간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블록의 크기를 사실상 4 MB 까지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탭루트 업그레이드는 디지털 서명이 저장되는 공간에 증인 데이터(arbitrary witness data) 를 저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블록 용량 4 MB를 전부 금융거래 외 특별한 목적의 트랜잭션으로 채울 수 있게 했다. 이 두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기존보다 더 큰 데이터를 더 쉽고 저렴하게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오디널은 그 환경을 이용하여 태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비트코인에 부는 NFT 바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디널이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월 1일 채굴기업 룩소르(Luxor)는 역대 최대 크기의 블록인 3.96 메가바이트의 블록을 채굴했다고 밝혔다. 해당 블록에는 탭루트 위자드(Taproot Wizards)라고 불리는 NFT 그림이 포함되어 있었다.
역대 최대 크기의 비트코인 블록에 들어있던 탭루트 위자드 이미지 / 출처: 코인데스크
역대 최대 크기의 비트코인 블록에 들어있던 탭루트 위자드 이미지 / 출처: 코인데스크
이 사건은 곧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거센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비트코인 블록의 저장공간이 앞으로 이런 무의미한 이미지 파일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대규모로 소모되면, 은행이나 제 3자 없이 개인대 개인간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전이 훼손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선정적이거나 징그럽거나 불쾌한 이미지를 담은 스팸성 데이터들도 얼마든지 저장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노드들이 강제로 원치 않는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고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오디널의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에 금융거래 외 다양한 트랜잭션이 올라오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올라가 채굴자들의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림 파일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비트코인 블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블록 공간에 대한 희소가치는 올라가고 사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2100만개의 비트코인이 모두 채굴되어 더 이상 채굴 보상이 나오지 않게되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채굴자들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남는다. 오디널이 트랜잭션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면서 채굴자들이 네트워크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비트코인은 공공재다

사실 나는 NFT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블록에 우스꽝스런 그림을 올리느라 정작 중요한 금융거래를 위해 BTC를 전송하려는 트랜잭션이 뒤로 밀리는 현상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선호하지 않는 것과는 무관하게 비트코인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오픈 프로토콜(Open protocol)이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의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트코인이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공공재와 같은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반대론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오디널과 인스크립션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끼칠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오디널을 통해 개별 사토시에 그림 파일을 붙일 수 있는 특징을 부과하여 다른 사토시와 구별하는 행위가 비트코인의 대체 가능성(Fungibility)를 해치기 때문에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디널은 사토시 자체를 다른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에서 부르는 별명을 부여하는 것에 가깝다.

나는 어릴때 포도를 먹으며 포도알 하나하나에 별명을 붙여주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포도알 하나하나의 생김새는 거의 똑같아 구별하기 힘들지만 직접 지어낸 별명을 붙여줌으로써 고유의 영혼을 불어넣어 전쟁 놀이의 병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해당 포도알들을 어떻게 부르던 포도알은 결국 포도알일 뿐이다. 잠시 나의 장난감으로 사용되고 난 후 포도알들은 어머니의 손에 깨끗하게 씻겨 다시 본래의 목적에 맞게 쓰였다. 우리 가족의 저녁식사 후 디저트로 말이다.

오디널도 비슷한 개념이다. 오디널로 인해 라벨링 된 사토시가 다른 일반 사토시와 영구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부에서 사토시가 다른 무언가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 오디널이라고 하는 외부 프로토콜에서 해당 사토시를 넘버링하여 구별하고 고유의 별명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인스크립션의 경우 이렇게 구별된 사토시에 JPEG 등 그림 파일이나 텍스트를 부착하는 것인데 이 데이터는 외부에 따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직접 저장된다. 때문에 인스크립션을 통핸 NFT 트랜잭션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혼잡도를 가중시켜 종국에 블록체인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나온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인스크립션이 아무리 많은 그림 파일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려도 비트코인의 블록당 용량은 여전히 4 메가바이트로 제한된다. 사실 그동안 비트코인의 블록들은 트랜잭션들로 꽉꽉 채워지지 않은 채 채굴되는 경우가 많았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레이어 2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비트코인 메인 블록체인에서 직접 처리되는 트랜잭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록 보상이 종료된 뒤 채굴자들이 트랜잭션 수수료 만으로 운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채굴자들은 단순히 BTC 전송 트랜잭션 뿐만이 아니라 그림 파일 등 더욱 다양한 종류의 트랜잭션을 혼합하여 블록을 채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채굴자들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채굴자들에게 최적의 수수료를 발생시킬 수 있는 트랜잭션들을 찾아 제안해주는 ‘Maximum Extractable Value(MEV)’라는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도 불러올 수 있다. 오디널이 MEV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자세한내용은 다음에 한번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내가 어릴때 포도알에 별명을 붙이는 것을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듯이 개별 사토시를 라벨링하여 구별하고 이미지 파일을 첨부하는 행위도 타인이 금지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오픈 프로토콜이며 언제나 다수의 사용자가 가장 원하는 최적의 방향대로 진화해 나간다. 만약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다수가 그림 파일을 메인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이 큰 효용이 없다고 느낀다면 오디널은 2014년 등장했던 많은 서비스들이 그랬듯 자연스럽게 퇴장할 것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오디널의 존재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