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재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재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첫 주자로 나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국민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유했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의 대한민국,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년도 안 된 정부, 9개월 내내 참사란 참사가 연이어지며 국민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며 "2023년 2월,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는 사라졌다. 살기 위해 매일 포기를 거듭해야 하는 '눈 떠보니 후진국', 바로 윤석열 정부 지난 9개월의 총평"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복합경제 위기에 안일함과 무능으로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트린 '민생·경제 참사', 비속어와 실언으로 국익과 국격을 훼손한 '외교 참사', 강릉 낙탄 사고, 북한 무인기 침투 등 구멍 뚫린 '안보 참사', 끝내 159명의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키고야 만 '안전 참사', 그런데도 여전히 사적 인연만 챙기는 불공정·몰상식의 '인사 참사'까지 윤석열 정부의 5대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무능과 무책임을 '오만한 통치'로 돌파하려 한다는 점이다. 국민 앞에 약속한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은 포장에 불과했다"며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분열되고, 자유는 위협받고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신성불가침이냐…특검 반드시 관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재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재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겨냥해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검찰과 재판부, 대통령실이 삼위일체가 돼 '김건희 구하기'에 나섰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은 부실한 검찰 수사와 어정쩡한 재판부가 합작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체 누가 대통령이냐. 불소추 특권이 김 여사에게도 적용되느냐. 김 여사는 죄가 있어도 신성불가침인 것이냐"며 "이제라도 성역 없는 수사로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남은 길은 특검뿐이고, '윤석열 검찰'은 더는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선 '권력 남용의 끝판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피의자로 낙인찍은 후, 무차별 압수수색, 소환과 기소가 뒤따른다. '답정너' 결론을 향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다"며 "'야당유죄, 윤심무죄'인 윤석열 검찰에서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안보 상황, 어느 정권보다 불안…국민 전체 트라우마 빠질 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재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재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최근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과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 등을 겨냥해 "안보는 보수라더니, 지금의 안보 상황은 어느 정권보다 불안하다"며 "외교의 꽃이라는 정상외교가 '대통령 리스크'로 덮이다 보니 국민 전체가 트라우마에 빠질 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굴종적 친일 외교는 국민 전체를 모욕하고 있다. 대법원판결마저 부정하고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전가하는 황당한 결정을 해놓고선 이를 해법이라 주장한다"며 "국민은 정부의 도 넘은 친일 행보에 '윤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묻는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거론한 박 원내대표는 "말만 앞세웠지,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 다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낮추고, 발전적 남북관계를 통해 국민 삶을 지키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노태우의 길'이냐 '이명박의 길'이냐. 윤 대통령 앞에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與,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막장 전당대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서도 공세를 펼쳤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전당대회"라며 "구시대의 당대표 지명대회로 전락한 집권여당의 막장 전당대회는 지켜보는 것조차 힘겹다"고 혹평했다.

그는 "처음엔 국민과 당원이 직접 뽑은 이준석 당대표를 찍어내더니 여론조사 1위로 부상한 나경원 전 의원을 '반윤(反尹)'으로 몰아 주저앉혔다"며 "국민 지지가 높았던 유승민 후보마저 '무의미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마지막 한 명 안철수 후보만 사라지면 '국민의힘 판 오징어게임'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용산의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한 집권여당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 살피는 데만 혈안이 돼 민심을 외면한 지 오래"라며 "야당은 물론 같은 당 동지도 적으로 규정한 '오징어게임 프론트맨' 윤 대통령의 공포 정치는 너무나 섬뜩하다. 불통과 독선을 버리고, 소통과 화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박 원내대표는 이날 민생 및 정치 현안에 대해 △국회 제2의 선진화 가속 △민생입법을 통한 경제민주화 △탈탄소·생태문명 비전 수립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 △한반도 평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이룩한 것도 국민이었듯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국민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며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정치,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