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이 롯데그룹의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 소속(삼성정밀화학)에서 2016년 롯데그룹으로 넘어온 지 6년 만인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회사로 도약한 것이다. 기업의 출발이 비료회사(한국비료공업)인 만큼 비료의 원재료인 암모니아 제조 기술을 가다듬어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병철 회장이 키운 비료회사…신동빈 캐시카우로 거듭나다
13일 롯데정밀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조4638억원, 영업이익 40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38.4%, 67.1% 늘었다. 실적은 계속 좋아지는 추세다. 영업이익은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롯데지주를 제외한 89개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영업이익 3942억원)보다 많았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75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64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한국비료공업(현 롯데정밀화학)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세웠다. 이 회장은 1966년 국가에 회사를 헌납했고, 정부는 1994년 다시 민영화했다. 삼성은 당시 입찰 예상가(1300억원 안팎)를 크게 웃도는 2300억원을 써내 다시 회사를 찾아왔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정밀화학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보기술(IT) 붐이 불면서 삼성전자 등에 밀려 예전의 존재감을 되찾지는 못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등 경영 개선 조치를 했지만, 2000년대 접어들어 모태 사업인 비료 생산을 중단했다.

삼성이 2016년 이 회사와 삼성BP화학(롯데이네오스화학), 삼성SDI 화학부문을 묶어 롯데그룹(롯데케미칼)에 넘겨 롯데정밀화학이 탄생했다. 롯데정밀화학은 페인트와 표백제 원료로 쓰이는 암모니아와 염소 등의 사업을 차근차근 확장하며 실적을 쌓아갔다. 지난해엔 암모니아 가격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고, 요소수 대란 등으로 반사이익을 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이란 결과물을 냈다.

실적이 개선되자 롯데정밀화학의 재무구조도 그룹에서 가장 안정적인 축에 들게 됐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7.9%에 불과했다. 현금성 자산은 5780억원으로, 이를 바탕으로 어려워진 계열사를 지원하는 지위에 올라섰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달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에 3000억원을 빌려줬다.

보유 계열사 지분가치도 뜀박질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분 49.06%를 보유한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지난해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롯데정밀화학은 롯데그룹이 힘을 주는 신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은 2030년까지 6조원을 들여 120만t의 그린수소(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한 수소) 등을 암모니아 형태로 전환해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정밀화학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