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강동구 등 집값 낙폭이 가파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서울 전체 주택 거래 회전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나머지 지역에선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있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가 다음달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실수요자 6억원 대출한도를 풀면 거래 회복세가 확산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 부담과 역전세난으로 인한 매물 증가 등을 근거로 거래량 침체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헷갈리네"…거래량 꿈틀, 회전율은 최저

송파, 강동 대단지 거래량 ‘꿈틀’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08건으로 지난해 6월(1067건) 후 7개월 만에 1000건을 넘었다. 아파트 거래량 반등을 주도한 지역은 송파·강동구 대단지 신축 아파트와 노원·도봉구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등 지난해 가파르게 집값이 떨어진 곳들이다.

송파구는 지난달 거래량이 106건으로 전년 같은 달(53건)의 두 배로 늘었다. 잠실동 리센츠는 최고 27억원까지 갔던 전용 84㎡가 18억9000만원(저층)에 거래되는 등 30% 안팎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트리지움과 헬리오시티 등 주변 신축 대단지도 비슷하다.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최고점 대비 6억~7억원 이상 떨어지자 예전엔 비싸서 못 들어오던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바닥이라고 생각해 들어온다”고 전했다.

강동구 역시 지난달 거래량이 작년 49건의 두 배가량인 97건을 기록했다. 이곳 역시 16억2000만원까지 갔던 고덕아이파크(전용 84㎡)가 최근 11억2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하락률 30% 안팎의 급매물이 팔리고 있다.

노원·도봉구의 경우 지난달 접수를 시작한 특례보금자리론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정책대출상품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가 비교적 많이 이뤄진 곳은 대부분 2~3년 전 갭투자가 몰려 가격 거품이 생겼던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대출규제 풀리면 거래량 회복할까

낙폭이 큰 지역을 제외한 다른 자치구는 거래량이 오히려 줄었다. 서울 전체 거래 회전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0.14%로 나타났다. 집계가 시작된 2010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래회전율이란 재고 주택 중 매매거래된 주택의 비중이다.

단지 규모가 3885가구에 달하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선 지난달 매매거래 신고가 단 한 건에 그쳤다. 마포구 등지의 거래 부진은 매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도 호가가 아직 높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 거래신고가 한 건도 없었던 종로구 경희궁자이는 전용 84㎡의 경우 최고가 23억원 대비 21%가량 내려간 18억원대에서 급매물 호가가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낙폭이 적은 지역의 거래절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효선 농협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많아 거래량에 비해 매물이 증가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금리 추가 인상도 남아 있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급매물 거래 이후 거래절벽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 낙폭이 여전히 가팔라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갭투자자의 자포자기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이혜인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