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떠맡은 약 1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모두 정리했다. SBI그룹이 전신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2013년 인수하면서 경영이 정상화된 지 10년 만이다. SBI저축은행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제외한 재원을 바탕으로 첫 배당에 나섰다.

저축은행 사태 때 떠안은 부실채권…SBI, 10년 만에 1.3조 다 털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2021년 말까지 남아 있던 결손금 951억원을 지난해 털어냈다. SBI그룹은 SBI저축은행의 전신인 현대스위스1~4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1조2845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SBI그룹이 네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하면서 투입한 금액은 1조3500억원까지 불어났다.

SBI저축은행은 막대한 부실채권에도 예상보다 빠른 2015년부터 흑자를 냈다. 자산은 작년 9월 말 기준 16조8954억원으로 2014년 9월 말(1조8022억원)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583억원, 3495억원의 순익을 올리면서 2년간 5300억원을 갚았다. 현대스위스1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은 2020년 모두 정리했지만 현대스위스2~4저축은행에 남겨졌던 결손금은 작년에 털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다”면서도 “SBI저축은행이 작년에도 2021년과 비슷한 실적을 내면서 다른 저축은행 대비 선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SBI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6%로 업권 전체 평균(12.9%)을 웃돈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작년 6월 말 기준 159.0%로 업계 평균치(126.0%)를 크게 넘어섰다.

결손금을 정리하면서 지난 9일 SBI저축은행은 첫 배당을 공시했다. 보통주 1주당 353원으로 총 배당 규모는 940억원이다. SBI저축은행은 배당액 일부를 자산운용사 인수와 SBI인베스트먼트, SBI캐피탈 등 신사업 확장에 쓴다는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