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새로 둥지를 틀겠다는 대기업 노조가 속출하고 있다. 수조원의 피해를 준 화물연대 집단 파업과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 등 기성 노조의 초법적 투쟁 방식에 염증을 느낀 MZ세대가 더 나은 노동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새로운 세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생활가전·렌털기업 SK매직 노조가 새로고침 협의회에 가입 방침을 전달했다. 삼성그룹 계열 노조 한 곳도 가입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정보기술(IT) 대기업 여러 곳과 노조 합류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LG전자 사무직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등 8개 단체가 참여해 4일 출범한 노조 협의체로, 탈정치 성향이 강한 20~30대 사무·연구직 노조원 5000여 명이 주축이다.

새로고침 협의회에 가입 의사를 밝힌 SK매직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 1400명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와 700명 규모의 전국가전통신서비스 노조, 단독노조인 SK매직 현장중심노동조합 등 세 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기업 중 새로고침 협의회에 합류하는 노조가 나온 셈이다. 유준환 새로고침 협의회 의장은 “가입 의사를 밝힌 회사들과 오는 18일 간담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까지 합류하면 ‘MZ 노조’의 세 확장에 빠르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송시영 부의장은 “가입 단체 확대로 별도 노사 교섭권 확보 등 노동 현안과 문화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1일 공식 발족할 예정인 MZ 노조는 당초 11개 회사가 모여 출범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민주노총 소속 두 개 회사(LIG넥스원 락앤락) 등 세 곳이 빠졌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 눈치를 보다가 못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MZ 노조의 빠른 팽창은 명분 없는 정치 파업을 일삼는 기성 노조에 대한 반작용 측면이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노동계는 전 직원이 아니라 중장년 조합원을 위한 노조로 변질했다”며 “MZ 노조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노사 문화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조철오/곽용희/김우섭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