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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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파업 허용 범위를 ‘노사 간에 이미 결정한 사안(권리분쟁)’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리해고 등 경영 전반과 관련한 사안까지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계는 “사실상 무제한 파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기로 하고 단일 안을 확정했다.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환노위는 재적 의원 16명 가운데 민주당(9명)과 정의당(1명) 등 진보 성향 의원이 5분의 3을 넘는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안을 반대하더라도 상임위 강행 처리가 가능하다.
[단독] '파업 허용범위' 넓히자는 野…경영계 "무제한 파업법" 반발
현행 노조법 2조5호는 허용되는 노동쟁의의 개념을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주장의 불일치(이익분쟁)로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 개정안은 단체협약 체결 등을 통해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사업주의 경영상 판단으로 봐서 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던 채용, 정리해고,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해서도 파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채용·복직까지…파업 만능주의 불 보듯"

‘노란봉투법’은 파업 시 근로자의 면책 범위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대폭 넓히고 노조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계기로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요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 최종안은 그러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노조법 3조)뿐 아니라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의 개념 자체를 확대(노조법 2조)하는 내용까지 광범위하게 개정하기로 방향이 정해졌다.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면 손해배상 범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데 따른 부담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손해배상을 직접 제한할 경우 위헌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권리 분쟁’ 영역까지 파업이 허용되면 경영 판단으로 여겨지던 채용 및 정리해고 관련 사안도 쟁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리해고와 같이 이미 확정된 사항을 다투는 권리 분쟁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는 위법인 노조의 해고자 복직 투쟁,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법원에서 해결할 문제를 파업으로 끌고 가면서 노사관계가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노조법 개정안의 ‘파업 허용 범위 확대’가 ‘사용자성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하청업체 노조는 원청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청을 할 수 있고, 파업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파업 주체는 물론 파업 범위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이 노조법을 강행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곽용희/이유정 기자

이유정/곽용희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