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를 635억원으로 파악했지만 그 중 상당금액이 복잡한 돈세탁을 거친 뒤 현금으로 사용돼 자금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 전 회장 공소장에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김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약 635억원을 횡령·배임한 것으로 기재됐다. 김 전 회장은 임직원들 명의 등으로 다섯 개 비상장회사를 만들고 이들 회사의 자금을 대표이사 단기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했다. 그런 다음 차명 계좌를 통해 여러 차례 이체를 반복하거나 수표와 수차례 교환하는 수법으로 출처를 없앴다. 수표 교환의 경우 점점 적은 금액의 수표와 바꾸는 것을 반복해 돈의 흐름을 지웠다. 김 전 회장은 이 같은 돈세탁을 통해 손에 쥔 자금을 빚 상환, 주식 거래, 유흥, 쌍방울그룹과 무관한 회사와 인물 명의로 된 채무 변제와 고리 이자대금 등에 사용했다.

쌍방울그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측에 300만달러를 보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7월께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논의하던 중 북측 인사들로부터 ‘경기도가 계속 요청하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려면 3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 기재했다. 김 전 회장은 그 후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2019년 11~12월 300만달러를 밀반출해 중국 심양에 머물던 송명철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북측에 대신 내는 대가로 △희토류 등 광물채굴 △호텔·카지노 운영 △백두산 관광지 개발 등 대북사업을 해달라고 제안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8년 11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스마트팜 사업비를 내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락한 뒤, 한 달 후인 12월 말 중국 단둥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나 사업비 대납 계획과 자신이 원하는 대북 사업을 밝힌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지난 11일 국내로 송환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의 ‘금고지기’ 김모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등 측근들을 조사해 쌍방울그룹의 비리와 이 대표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방침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