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94호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 사진 = 문화재청 제공
국보 294호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 사진 = 문화재청 제공
한낱 참기름 병으로나 쓰던 호리병이 알고 보니 국보급 문화재였다. 이와 같은 사연들의 다양한 문화재의 뒷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13일 발간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에 대한 뒷이야기가 담겼다.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은 참기름 병으로 쓰이다가 뒤늦게 조선백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국보로 지정됐다.

1920년대 경기 팔당 인근에 살던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이 병을 발견했다. 희고 목이 길어서 참기름을 보관하기에 제격으로 보였다. 실제로 할머니는 직접 짠 참기름을 이 병에 담아 상인에게 1원을 받고 팔았다.

일본인 골동품상은 이 병이 조선백자라는 점을 알아보고 사들여서 다른 이에게 60원에 되팔았다. 이후 여러 손을 거치면서 1936년 경매에서 1만4580원에 낙찰됐다. 당시 물가 수준으로 기와집 15채 값이었다.

낙찰자는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현재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었다. 훗날 이 병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으로 이름을 달고서 1997년 국보 294호로 지정되었다.

이렇듯 책자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문화재에 얽힌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유물의 세부 모습과 조사 장면을 담은 사진도 첨부돼 생생한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다.

해당 책자는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을 비롯해 사찰과 문중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