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신고한 직원 '방역위반' 역신고해 쫓아낸 사장님
헬스장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헬스트레이너인 직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게 되자, 방역패스 위반으로 보복 신고를 하는 바람에 직원이 직장을 떠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은 이 경우 사업주가 직원의 갑작스러운 퇴사를 사유로 이미 지급한 성과급 등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최근 전주지법 정선오 판사는 헬스장 업주 A씨가 헬스트레이너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20대 후반의 여성 B씨는 2021년 1월부터 전북 전주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겸 개인훈련(PT)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B씨의 영업으로 헬스장 고객이 등록할 경우 업주인 A씨가 등록비의 40%, 트레이너인 B씨가 60%를 나눠 갖는 내용의 계약 조건이었다.

그해 8월 업주 A씨의 지인이 행정실장 입사하면서 근무 실태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됐다. 그러다 어느 날 다른 강사들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실장이 B씨에게 “계속 말대꾸하시고 징징대려면 딴 데 가서 하라”고 면박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 B씨는 그해 11월 초 관할 노동청에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했고, 조사 결과 노동청은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헬스장 업주에게 예방교육 실시 조치를 내렸다.

헬스장 업주 A씨와 행정실장도 반격에 나섰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튿날 관할 구청의 코로나 방역 관계자들이 헬스장에 현장조사를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헬스장에 출입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였는데 이런 신고는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백신 미접종자는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수 없는 ‘방역패스’가 시행되던 때라, 헬스장 이용자는 백신을 접종해야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던 반면, ‘종사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었다.

첫 현장조사에서는 동료 트레이너들이 B씨가 종사자임을 밝혀 접종 미완료 상태였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조사에서는 구청 직원이 외부에 있던 업주 A씨에게 전화로 확인을 요청하자, 업주는 “B씨는 며칠 전 퇴사했기 때문에 종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강습 중이던 B씨가 퇴장 조치를 받게 됐다.

쫓겨난 B씨가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서 공방이 격해졌다. 이에 업주 A씨는 되레 B씨에게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B씨가 돌연 일을 그만두면서 고객 일부가 환불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B씨가 이미 받아 간 회원 등록비의 60%인 24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B씨의 대리인인 법률구조공단 측이 관할 구청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허위신고를 한 사람은 직장내 괴롭힘의 장본인인 헬스장 행정실장으로 드러났다. 업주 A씨도 B씨가 회사를 떠났다는 허위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재판부는 “A씨가 행정관청에 허위진술을 해 B씨가 중도에 트레이닝을 못하게 됐다”며 “B씨가 미리 지급받은 분배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B씨는 미지급임금 뿐만 아니라 해고예고수당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해고예고수당은 해고 30일전까지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사실상 A가 B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A씨를 상대로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B씨를 대리한 공단 소속 김건우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