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년…끝나지 않는 '경영책임자 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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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시정조치의 이행, 안전보건법령 의무 이행 관리(점검 및 교육)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각 사업의 특성 및 규모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제4조). 따라서 이와 같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각 사업별 자율규제의 방식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을 형벌이라는 수단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결과적으로 자율적이고 적정한 이행이 아니라 최소한의 이행 대상이 되어 버렸다. 어느 정도의 이행이 최소한 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미이행에 대한 형벌부과는 그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형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자율적이고 적정한 기준을 형사상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체계상의 혼동은 시행령에도 다시 나타나는데, 시행령 규정은 형사처벌을 위한 구성요건으로서 기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정적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처럼 만들어졌다.
이러한 체계적 혼동이 잘 드러나는 것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다. '경영책임자 등'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9호 가목).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가 문제가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대표이사 등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조직‧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편 안전보건담당임원이 있는 경우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하는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또는'은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이 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규정을 추가한 입법자의 의도를 도외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최초 입법안에는 '경영책임자 등'이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로 규정되어 있었는데(의안번호 5290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 2020. 11. 12.), 법원행정처안에서는 '가. 법인의 대표이사 등 사업을 대표하거나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 있는 사람, 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로 바뀌었고(법제사법위원회 소위 제383회 2차 회의록, 57면), 이와 같은 법원행정처안이 받아들여져 현재와 같이 규정되었다. 이는 반드시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 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있는 경우 해당 이사가 '경영책임자 등'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당시 제안자는 대표이사가 항상 들어갔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에서 대표이사 및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행정처 차장은 “그러니까 안전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따로 있을 정도면 대표이사는 내용을 모른다고 보시면 되고요”라고 발언하여 이사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대표이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법원행정처안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 상법상 업무집행권은 대표이사에게 부여되기 때문에 안전보건담당임원이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에게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이 있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라는 의미를 대표이사와 동등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수규자에게 지킬 수 없는 규범의 준수를 강요하는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의 이념, 즉 자율규제를 통한 안전보건 확보를 무시하고 형사처벌만을 강조하는 문제점이 있다. 기업 조직 내에서 어떠한 사람을 안전보건의 총책임자로 삼을지는 최대한 기업의 자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규범구조 하에서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를 부당하게 축소하는 것은 반드시 대표이사를 처벌하여야 중대재해처벌법의 규범력이 높아진다는 실증적인 근거도 없는 잘못된 관념에 기초한 것으로서, 형벌만능주의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을 형벌이라는 수단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결과적으로 자율적이고 적정한 이행이 아니라 최소한의 이행 대상이 되어 버렸다. 어느 정도의 이행이 최소한 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미이행에 대한 형벌부과는 그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형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자율적이고 적정한 기준을 형사상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체계상의 혼동은 시행령에도 다시 나타나는데, 시행령 규정은 형사처벌을 위한 구성요건으로서 기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정적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처럼 만들어졌다.
이러한 체계적 혼동이 잘 드러나는 것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다. '경영책임자 등'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9호 가목).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가 문제가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대표이사 등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조직‧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편 안전보건담당임원이 있는 경우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하는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또는'은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이 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규정을 추가한 입법자의 의도를 도외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최초 입법안에는 '경영책임자 등'이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로 규정되어 있었는데(의안번호 5290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 2020. 11. 12.), 법원행정처안에서는 '가. 법인의 대표이사 등 사업을 대표하거나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 있는 사람, 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로 바뀌었고(법제사법위원회 소위 제383회 2차 회의록, 57면), 이와 같은 법원행정처안이 받아들여져 현재와 같이 규정되었다. 이는 반드시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 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있는 경우 해당 이사가 '경영책임자 등'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당시 제안자는 대표이사가 항상 들어갔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에서 대표이사 및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행정처 차장은 “그러니까 안전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따로 있을 정도면 대표이사는 내용을 모른다고 보시면 되고요”라고 발언하여 이사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대표이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법원행정처안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 상법상 업무집행권은 대표이사에게 부여되기 때문에 안전보건담당임원이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에게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이 있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라는 의미를 대표이사와 동등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수규자에게 지킬 수 없는 규범의 준수를 강요하는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의 이념, 즉 자율규제를 통한 안전보건 확보를 무시하고 형사처벌만을 강조하는 문제점이 있다. 기업 조직 내에서 어떠한 사람을 안전보건의 총책임자로 삼을지는 최대한 기업의 자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규범구조 하에서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를 부당하게 축소하는 것은 반드시 대표이사를 처벌하여야 중대재해처벌법의 규범력이 높아진다는 실증적인 근거도 없는 잘못된 관념에 기초한 것으로서, 형벌만능주의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