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만이 정답? 지속가능한 임금체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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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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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이 화두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한 축으로 연공급(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공언한 가운데 공공기관의 새로운 임금체계로 직무급제가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임금체계가 거론되는 이유는 연공급제의 단점 때문이다. 연공급제는 일의 난이도나 근로자 능력, 숙련도와는 무관하게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임금이 오르는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직 성과나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인건비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을 하거나 자신의 역량을 높이려는 의지가 꺾일 수 있다.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성과를 내는데도 근속연수가 높은 사람이 높은 급여를 받다보니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도 받는다.
직무급은 근속년수를 바탕으로 하는 연공급, 직무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직능급, 개인이 창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성과급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을 취한다. 근로자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하는 일의 일의 난이도와 업무강도, 책임정도에 따라 급여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A직무의 연봉(직무급)이 5000만원이라면 나이, 성별, 고용형태, 학력, 국적, 근속연수, 심지어 능력과 관계없이 그 직무수행자는 5000만원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근저에 깔린 원칙이다.
아직까지 직무 기반 인사와 직무급은 서구기업의 인사방식으로 인식된다. 서구기업에서는 어떻게 직무급이 정착됐을까? 미국의 직무급은 임금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동계 투쟁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직무급이 널리 쓰이기 전인 1960~1970년대 미국에서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명확한 기준 없이 기업이 임의로 보상을 결정하는 경우가 흔했다. 근로자들은 기업 임의대로 결정하는 보상방식에 불만을 제기했고, 미국 노동운동은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급여기준으로 ‘동일노동(직무)-동일임금’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무가치는 자연스레 급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직무급만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상방식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직무급은 서구의 노사관계 속에서 오랜 기간을 거쳐 선택된 제도일 뿐이지,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보상방식이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직무급은 직무의 상대적 가치라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점에서 합리적인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직무급만으로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능력이나 성과를 급여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나의 급여가 현재 담당하는 업무의 ‘직무가치 점수’로만 결정된다고 가정해보자. 올해도 내년에도 다른 직무를 맡지 않는 한 내가 받는 급여는 변함없다. 일을 더 잘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길까?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싶을까? 물론 일을 하는데 있어 내면의 자발적 동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일을 잘하고 못하느냐가 내 급여에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한다면 내적 동기는 수그러들기 십상이다. 직무급만으로는 성과 동기부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직무급 한계를 극복하고자 직무급 안에서도 일정 보상범위를 두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무등급별로 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보상금액을 설정하기보다는 아니라 최고액과 최저액의 범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는 담당하는 직무에 따라 급여수준이 결정되지만, 매년 발휘하는 성과와 능력에 따라 최고액과 최저액 범위 안에서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직무급제를 시행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많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이슈는 직무와 임금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노동연구원이 2006년 진행한 조사를 보면, 기업들은 직무급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로 직무평가의 어려움과 시장임금 정보 부족을 꼽았다. 고용노동부가 2012년 실시한 임금정책 수요조사에서도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기업은 19%에 불과했다. 반면 “아니오”라고 답한 기업은 36%였다. 공공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연구원의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지원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직무급제를 실시하는 162개 공공기관 중 직무분석을 한 곳은 41%에 머물렀다. 직무분석을 아예 하지 않은 곳은 17%에 이른다.
직무급 도입은 임금체계 개편에 있어 독립적인 문제는 아니다. 채용, 승진, 더 나아가 직무 이동의 문제까지 함께 생각해야 할 주제다. 직무급을 도입하고자 한다면, 사람을 먼저 뽑고 사후에 직무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선채용-후배치 방식에서 직무급을 도입할 경우 함께 입사한 직원간에 보상 차이가 발생하여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인재육성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특정 업무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여러 직무를 골고루 경험한 제너널리스트라면 직무급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제너럴리스트 육성을 위해서는 잦은 직무 이동이 일어날 텐데, 직무 이동 때마다 급여수준이 들쑥날쑥 변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직무급은 ‘1인-1직무’ 담당이 원칙으로 하나 국내에서는 조직운영 상황에 따라 한 명이 여러 직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면 직무체계 점검이 우선이다. 그리고 새로 짜인 직무와 직무가치에 따라 직무급을 설정해야 올바른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이 정리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까지 국내 보상방식은 속인적 특성이 강하다. 근속년수가 오래 되었거나 성과, 역량이 높은 사람이 높은 보상을 받았다. 직무급으로 전환할 경우 당연히 급여가 낮아지지 않도록 신경 쓰겠지만, 맡은 직무에 따라 급여가 높아지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내 급여는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은 나보다 급여가 상승한다고 느낄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이는 조직, 계층, 고용형태간 갈등 문제로 번지고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직무급 도입을 위해서는 임금체계만 바꾸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무급은 인사운영 전체를 직무 중심으로 옮기는 변화의 첫걸음이다. 채용, 이동, 승진 등 다른 인사영역과의 관계는 물론, 구성원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꼼꼼히 점검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개된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살펴보면 주로 연공급, 성과연봉제, 직무급 등 어떤 임금체계를 선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측면이 있다. 연공성 완화, 보상 공정성과 형평성 등 임금과 관련한 개별 이슈 해소 중심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측면이 있다. 바로 경영환경 변화다. 일의 변화, 고용관계의 다변화, 새로운 비즈니스 추진 등 기업이 처한 환경은 제각각이다. 어떤 하나의 임금체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각 기업의 경영환경에 맞춰 최적의 보상방식을 모색하는게 기업 입장에서도, 구성원 입장에서도 보다 바람직해 보인다.
어떤 임금체계도 완벽할 수는 없다. 하나의 완벽한 임금체계를 추구하다가 여러 보상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희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의 완벽한 임금체계를 찾기보다는, 각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과 비즈니스 특성, 구성원의 선호도에 맞는 방식을 조금씩 적용하면서, 제기되는 우려를 하나씩 제거해 가는게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를 실현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
직무급은 근속년수를 바탕으로 하는 연공급, 직무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직능급, 개인이 창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성과급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을 취한다. 근로자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하는 일의 일의 난이도와 업무강도, 책임정도에 따라 급여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A직무의 연봉(직무급)이 5000만원이라면 나이, 성별, 고용형태, 학력, 국적, 근속연수, 심지어 능력과 관계없이 그 직무수행자는 5000만원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근저에 깔린 원칙이다.
아직까지 직무 기반 인사와 직무급은 서구기업의 인사방식으로 인식된다. 서구기업에서는 어떻게 직무급이 정착됐을까? 미국의 직무급은 임금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동계 투쟁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직무급이 널리 쓰이기 전인 1960~1970년대 미국에서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명확한 기준 없이 기업이 임의로 보상을 결정하는 경우가 흔했다. 근로자들은 기업 임의대로 결정하는 보상방식에 불만을 제기했고, 미국 노동운동은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급여기준으로 ‘동일노동(직무)-동일임금’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무가치는 자연스레 급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직무급만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상방식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직무급은 서구의 노사관계 속에서 오랜 기간을 거쳐 선택된 제도일 뿐이지,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보상방식이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직무급은 직무의 상대적 가치라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점에서 합리적인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직무급만으로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능력이나 성과를 급여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나의 급여가 현재 담당하는 업무의 ‘직무가치 점수’로만 결정된다고 가정해보자. 올해도 내년에도 다른 직무를 맡지 않는 한 내가 받는 급여는 변함없다. 일을 더 잘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길까?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싶을까? 물론 일을 하는데 있어 내면의 자발적 동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일을 잘하고 못하느냐가 내 급여에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한다면 내적 동기는 수그러들기 십상이다. 직무급만으로는 성과 동기부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직무급 한계를 극복하고자 직무급 안에서도 일정 보상범위를 두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무등급별로 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보상금액을 설정하기보다는 아니라 최고액과 최저액의 범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는 담당하는 직무에 따라 급여수준이 결정되지만, 매년 발휘하는 성과와 능력에 따라 최고액과 최저액 범위 안에서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직무급제를 시행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많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이슈는 직무와 임금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노동연구원이 2006년 진행한 조사를 보면, 기업들은 직무급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로 직무평가의 어려움과 시장임금 정보 부족을 꼽았다. 고용노동부가 2012년 실시한 임금정책 수요조사에서도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기업은 19%에 불과했다. 반면 “아니오”라고 답한 기업은 36%였다. 공공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연구원의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지원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직무급제를 실시하는 162개 공공기관 중 직무분석을 한 곳은 41%에 머물렀다. 직무분석을 아예 하지 않은 곳은 17%에 이른다.
직무급 도입은 임금체계 개편에 있어 독립적인 문제는 아니다. 채용, 승진, 더 나아가 직무 이동의 문제까지 함께 생각해야 할 주제다. 직무급을 도입하고자 한다면, 사람을 먼저 뽑고 사후에 직무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선채용-후배치 방식에서 직무급을 도입할 경우 함께 입사한 직원간에 보상 차이가 발생하여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인재육성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특정 업무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여러 직무를 골고루 경험한 제너널리스트라면 직무급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제너럴리스트 육성을 위해서는 잦은 직무 이동이 일어날 텐데, 직무 이동 때마다 급여수준이 들쑥날쑥 변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직무급은 ‘1인-1직무’ 담당이 원칙으로 하나 국내에서는 조직운영 상황에 따라 한 명이 여러 직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면 직무체계 점검이 우선이다. 그리고 새로 짜인 직무와 직무가치에 따라 직무급을 설정해야 올바른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이 정리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까지 국내 보상방식은 속인적 특성이 강하다. 근속년수가 오래 되었거나 성과, 역량이 높은 사람이 높은 보상을 받았다. 직무급으로 전환할 경우 당연히 급여가 낮아지지 않도록 신경 쓰겠지만, 맡은 직무에 따라 급여가 높아지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내 급여는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은 나보다 급여가 상승한다고 느낄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이는 조직, 계층, 고용형태간 갈등 문제로 번지고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직무급 도입을 위해서는 임금체계만 바꾸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무급은 인사운영 전체를 직무 중심으로 옮기는 변화의 첫걸음이다. 채용, 이동, 승진 등 다른 인사영역과의 관계는 물론, 구성원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꼼꼼히 점검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개된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살펴보면 주로 연공급, 성과연봉제, 직무급 등 어떤 임금체계를 선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측면이 있다. 연공성 완화, 보상 공정성과 형평성 등 임금과 관련한 개별 이슈 해소 중심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측면이 있다. 바로 경영환경 변화다. 일의 변화, 고용관계의 다변화, 새로운 비즈니스 추진 등 기업이 처한 환경은 제각각이다. 어떤 하나의 임금체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각 기업의 경영환경에 맞춰 최적의 보상방식을 모색하는게 기업 입장에서도, 구성원 입장에서도 보다 바람직해 보인다.
어떤 임금체계도 완벽할 수는 없다. 하나의 완벽한 임금체계를 추구하다가 여러 보상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희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의 완벽한 임금체계를 찾기보다는, 각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과 비즈니스 특성, 구성원의 선호도에 맞는 방식을 조금씩 적용하면서, 제기되는 우려를 하나씩 제거해 가는게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를 실현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