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궁중 병풍 등 50여점 소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조선 병풍을 모아 소개하는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를 열고 있다.

2018년 같은 이름으로 열었던 전시 이후 5년 만에 다시 여는 병풍 전시로, 흔히 배경이나 가림막 정도로 치부되곤 하는 병풍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15개 기관과 개인의 소장품 50여점으로 꾸민 이번 전시는 병풍을 만들고 사용한 주체에 따라 민간 병풍과 궁중 병풍으로 나눠 특징을 비교하고 색다른 미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민간 병풍에서는 자유분방함과 개성이 느껴진다.

'어해도10폭 병풍'은 풍요로움과 다산, 과거합격, 출세를 기원하며 쏘가리와 잉어 등 다양한 어류를 그린 조석진의 작품이다.

'백수도10폭병풍'은 동물도감처럼 배경 없이 86쌍의 다양한 동물들을 그려 넣었다.

주인공이 된 병풍…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전
'평생도 8폭병풍'은 돌잡이부터 결혼, 장원급제, 정승 행차, 결혼 60주년을 기념한 회혼례까지 관료의 이상적인 삶을 담았다.

이 밖에도 농사를 짓고 누에를 치며 비단을 짜는 장면을 풍속화처럼 담은 '경직도8폭병풍', 청나라 귀족들의 사냥 모습을 담은 '호렵도8폭병풍', 삼국지연의와 구운몽의 장면을 묘사한 병풍그림 등을볼 수 있다.

명칭은 호피지만 실제로는 표범의 가죽인 표피를 묘사한 '호피장막도8폭병풍'은 표피 장막을 걷으면 책가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형태로, 장식성이 강하다.

궁중화원이 그린 왕실 병풍은 훨씬 화려하다.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로 왕의 위엄과 권위를 나타냈던 일월오봉도부터 여러 길상(吉祥)의 요소를 다채롭게 담아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던 '곽분양행락도 8폭병풍', '요지연도8폭병풍', '한궁도6폭병풍' 등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이 된 병풍…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전
미술관 소장품인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는 조선의 마지막 궁중연향(궁중 잔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고종의 망육순(望六旬.51세)과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잔치를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에는 신식군대와 태극기의 모습 등도 볼 수 있다.

1902년작인 이 병풍은 당시 파란색 비단에 보라색 띠를 두른 궁중 병풍의 장황(그림이나 글씨를 감상하거나 보관할 수 있도록 족자, 병풍 등으로 다양하게 꾸미는 형식, 형태, 기술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를 지닌다고 미술관측은 14일 설명했다.

전시장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의 세부(디테일)를 관람객들이 자세히 살필 수 있도록 병풍과 관람객 사이를 최대한 좁혔다.

전시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가벽(임시 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사장에서 쓰이는 철제 비계를 사용해 공간을 꾸민 것도 특징이다.

4월30일까지. 유료 관람.
주인공이 된 병풍…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