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투자한 美소렌토, 소송 패소로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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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의 글로벌워치]소렌토,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
유한양행이 지분투자한 신약벤처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가 법정관리절차에 돌입했다.
소렌토는 13일(미국시간) 주식시장 개장 전 텍사스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제출한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부채는 2억3500만달러에 이른다.
1989년 설립된 소렌토는 항체를 중심으로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벤처다. 2013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항암제 후보물질 'ESG-041'과 난치성 통증 치료제 레시니페라톡신의 임상 진입을 같은 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는 등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소송에서 시작됐다. 소렌토는 중국계 자본가 패트릭 순시옹 및 그가 소유한 생명공학회사 난트셀(현 이뮤니티바이오) 등과 복수의 소송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온 판결은 순시옹과 난트셀의 손을 들어줬다. 난트셀의 주장에 따르면, 소렌토가 사전 협의된 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항체를 제공하지 않았다. 판결에 따라 소렌토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1억7350만달러다. 소렌토는 "법원의 잘못된 판단"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공시에 따르면 소렌토가 보유한 현금은 7000만달러 수준이다.
다른 소송도 진행 중이다. 난트셀의 모회사인 난트파마는 2015년 소렌토의 신빌록(Cynviloq)에 대한 권리를 선수금 9000만달러(약 1145억원)에 도입했다. 신빌록은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나노입자로 제형을 개선한 개량신약이다.
소렌토 측은 난트파마가 신빌록을 도입한 까닭이 개발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순시옹은 그가 보유한 다른 회사 아브락시스를 통해 파클리탁셀 제제 아브락산를 앞서 개발했다. 이를 2010년 30억달러에 셀진에 넘겼다.
셀진은 2019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740억달러에 인수됐다. 아브락산의 성공을 위해 경쟁약인 신빌록을 난트파마를 통해 사들인 뒤, 의도적으로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것이 소렌토 측 주장의 요지다. 업계에서는 이를 ‘캐치 앤 킬’ 전략이라 부른다.
난트파마는 또 소렌토에 선수금으로 지불한 9000만달러 중 4000만달러를 난트셀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후 난트파마가 난트셀이 보유한 투자금을 다시 이전받음으로서 난트셀이 ‘빈 껍데기’가 됐으며, 그 결과 4000만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소렌토 측은 주장하고 있다.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진 뒤 소렌토의 주가는 이날 0.26달러(-72.64%)로 폭락했다.
유한양행은 2016년 120억원을 투자해 현재 소렌토의 지분 0.6%를 보유하고 있다. 소렌토의 주가 급락에 따라 이 지분의 가치는 2022년 3분기 말 기준으로 40억원으로 줄었다. 이번 폭락이 반영된다면 투자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심은 소렌토와 유한양행의 합작사 이뮨온시아의 거취에도 쏠리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소렌토의 파산과 이뮨온시아와는 관계가 없다”며 “소렌토로부터 도입한 물질(IMC-001)의 개발은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렌토는 회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영업을 위해 파산 보호신청(챕터11)을 한 것”이라며 “지난해 재판에서는 패소했지만 다음 재판이 있고, 여기선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소렌토는 순시옹의 '캐치 앤 킬' 전략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기다리고 있다. 손해배상 등을 기대 중이다. 예상 판결 시기는 올해 하반기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14일 14시33분 게재됐습니다.
소렌토는 13일(미국시간) 주식시장 개장 전 텍사스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제출한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부채는 2억3500만달러에 이른다.
1989년 설립된 소렌토는 항체를 중심으로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벤처다. 2013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항암제 후보물질 'ESG-041'과 난치성 통증 치료제 레시니페라톡신의 임상 진입을 같은 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는 등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소송에서 시작됐다. 소렌토는 중국계 자본가 패트릭 순시옹 및 그가 소유한 생명공학회사 난트셀(현 이뮤니티바이오) 등과 복수의 소송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온 판결은 순시옹과 난트셀의 손을 들어줬다. 난트셀의 주장에 따르면, 소렌토가 사전 협의된 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항체를 제공하지 않았다. 판결에 따라 소렌토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1억7350만달러다. 소렌토는 "법원의 잘못된 판단"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공시에 따르면 소렌토가 보유한 현금은 7000만달러 수준이다.
다른 소송도 진행 중이다. 난트셀의 모회사인 난트파마는 2015년 소렌토의 신빌록(Cynviloq)에 대한 권리를 선수금 9000만달러(약 1145억원)에 도입했다. 신빌록은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나노입자로 제형을 개선한 개량신약이다.
소렌토 측은 난트파마가 신빌록을 도입한 까닭이 개발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순시옹은 그가 보유한 다른 회사 아브락시스를 통해 파클리탁셀 제제 아브락산를 앞서 개발했다. 이를 2010년 30억달러에 셀진에 넘겼다.
셀진은 2019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740억달러에 인수됐다. 아브락산의 성공을 위해 경쟁약인 신빌록을 난트파마를 통해 사들인 뒤, 의도적으로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것이 소렌토 측 주장의 요지다. 업계에서는 이를 ‘캐치 앤 킬’ 전략이라 부른다.
난트파마는 또 소렌토에 선수금으로 지불한 9000만달러 중 4000만달러를 난트셀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후 난트파마가 난트셀이 보유한 투자금을 다시 이전받음으로서 난트셀이 ‘빈 껍데기’가 됐으며, 그 결과 4000만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소렌토 측은 주장하고 있다.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진 뒤 소렌토의 주가는 이날 0.26달러(-72.64%)로 폭락했다.
유한양행은 2016년 120억원을 투자해 현재 소렌토의 지분 0.6%를 보유하고 있다. 소렌토의 주가 급락에 따라 이 지분의 가치는 2022년 3분기 말 기준으로 40억원으로 줄었다. 이번 폭락이 반영된다면 투자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심은 소렌토와 유한양행의 합작사 이뮨온시아의 거취에도 쏠리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소렌토의 파산과 이뮨온시아와는 관계가 없다”며 “소렌토로부터 도입한 물질(IMC-001)의 개발은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렌토는 회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영업을 위해 파산 보호신청(챕터11)을 한 것”이라며 “지난해 재판에서는 패소했지만 다음 재판이 있고, 여기선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소렌토는 순시옹의 '캐치 앤 킬' 전략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기다리고 있다. 손해배상 등을 기대 중이다. 예상 판결 시기는 올해 하반기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14일 14시33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