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 한 달 간 7만여명이 해고된 가운데 월스트리트에선 트레이더 연봉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가 하락 역풍을 분산투자로 피해 간 헤지펀드의 수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서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투자업체 LCH인베스트먼트를 인용해 미국 헤지펀드 업체들이 성과가 좋은 트레이더를 구하는 데 수천만 달러를 쓴다고 보도했다. 인센티브 규모는 최소 1000만달러(약 126억원)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가 트레이더와 계약을 맺기 전부터 보상을 먼저 제시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금의 2%와 초과 수익의 20%가량을 고정 수수료로 받는다. 트레이더의 연봉이 높을수록 투자금에서 떼는 수수료 비중이 커지고 초과 수익 수수료는 줄어든다.

LCH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수익률 상위 20개 헤지펀드의 매니저들은 지난해 수수료를 제외하고 224억달러(약 28조 3920억원)를 벌어들였다. 업계 전체 기준으론 2080억달러 손실을 보았다. 수익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다.

헤지펀드 시타델은 지난해 160억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시타델의 전직 임원인 콜린 랭커스터의 연봉은 약 2500만달러(31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을 제외한 순수 월급만 합친 금액이다.

한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발야스니 자산운용사, 포인트 72 등 다른 헤지펀드도 연봉을 최소 수천만 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며 "헤지펀드 업계에 구인난이 일어나고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성과가 좋은 트레이더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밀레니엄은 최근 경력직 트레이더를 고용하기 위해 계약 연봉으로 6000만달러(약 76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투자 다각화에 성공한 트레이더들의 주가가 높아졌다. 채권, 원자재, 외환, 주식 등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며 지난해 약세장을 피해 갔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S&P500은 지난해 20% 가까이 빠졌지만, 헤지펀드 업계 평균 손실률은 4.2%에 그쳤다. 역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은 평균 9%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헤드헌팅업체 IDW그룹의 일라나 와인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줄 아는 헤지펀드인 '멀티 매니저'에 자금과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며 "예비 트레이더들도 소수 헤지펀드에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