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캡슐커피 시장 진출…'식품 공룡' 네슬레에 도전장
부동의 커피믹스 1위 업체인 동서식품이 드디어 캡슐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식품 공룡’ 네슬레가 장악한 국내 캡슐 커피 시장의 판도를 흔들어보겠다는 목표다.

동서식품은 캡슐커피 ‘카누 바리스타’를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커피 추출 기계 2종과 전용 캡슐 8종, 호환 캡슐 6종으로 구성됐다. 캡슐커피는 1잔 분량으로 캡슐에 분쇄 커피를 담아 기계를 통해 내려마시는 에스프레소를 말한다. 가정, 직장 등 어디서나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맛볼 수 있어 국내에서도 4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커졌다.

네슬레 계열인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가 국내 캡슐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탈리아 ‘일리’ 등도 추출 기계와 캡슐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등 카페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을 생산할 정도로 네슬레의 시장 장악력이 상당한 상황이다.

동서식품은 해외 브랜드와 달리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아메리카노’로 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3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찾아낸 맛과 향이다. 전용 캡슐에는 타사의 캡슐커피 용량 대비 약 1.7배 많은 9.5g의 원두를 담았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향미 조사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했다”며 “‘트라이앵글 탬핑’ 특허 기술로 커피의 향미와 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이 신사업에 진출한 것은 2011년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를 출시한 후 12년 만이다. 같은 해 미국 식품기업 몬델리즈(옛 크래프트)가 보유한 브랜드 ‘타시모’를 통해 캡슐커피에 도전했지만 네슬레에 밀려 실패로 돌아갔다. 동서식품은 몬델리즈와 동서가 각각 절반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다.

동서식품은 이번 캡슐커피 진출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동서식품은 장기간 연 매출 1조5000억원대,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로 ‘카누’의 성공을 이끈 김광수 동서식품 부사장이 조만간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캡슐커피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