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3·8 전당대회’ 본경선이 그제 제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으나 실망스러운 모습만 거듭 보이고 있다. 전대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지만, 이전투구 양상이 도를 넘고 있다. 잇달은 무절제한 발언은 전당대회인지 분당(分黨)대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예비경선전부터 수도권 대표론, 가십성 양말 논쟁, 윤심(尹心) 공방이 이어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급기야 ‘대통령 탈당·탄핵’ 발언으로 당을 온통 들쑤셔 놓고 있다. 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여당에서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한참 어긋난다. 아무리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유력 후보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후보마다 ‘내가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너는 대표가 돼선 안 된다’에 온통 목을 매는 듯하다.

집권당 대표 경선이라면 말꼬리 잡기, 상대 흠집 내기식의 험담이 본질이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승부는 임기 2년차에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국정 성적표가 내년 4월 총선 승부를 가를 것이다. 총선에서 져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진다면 거대 야당은 다음 대선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힘자랑을 더할 것이고, 여당은 맥없이 주저앉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걱정했듯, 남은 임기 ‘식물 대통령’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도약하느냐, 추락하느냐는 여당에서 얼마나 뒷받침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 중심에 대표가 서 있다. 그런 엄중한 마당에 윤심, 탄핵을 놓고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들어 우물 안 개구리 싸움 벌이듯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차기 대표에게 주어진 막중한 역할을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당면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데 당이 어떤 도움을 줄지,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윤 정부 정책 과제들을 어떻게 뒷받침할지를 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마땅하다. 국민의힘 당원들도 ‘무조건 내 편’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국정 안정과 구조개혁을 앞세우는 후보를 냉정하게 가려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