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트렌드

대체로 ‘서프라이즈’ 종목보다 ‘쇼크’ 종목이 더 올라
실적 부진 종목들 중에선 OTT·반도체가 주가 상승 주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주식시장에서 작년 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보다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이 연초 이후 더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닝 쇼크 기업 중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들 중 반도체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앞서 한경 마켓PRO는 <'컨센서스의 굴욕'? 서프라이즈·쇼크 종목 수익률 '비슷'>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원칙(GAAP)’ 기준 작년 10~12월 분기의 주당순이익(EPS)이 컨센서스를 웃돈 비율 순으로 상위 20개 종목의 연초 이후 평균 주가수익률은 10.36%로, 하위 20개 종목의 13.50%보다 낮았다.

어닝 쇼크 종목들 중 콘텐츠기업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반도체기업인 웨스턴디지털(WDC)과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가 평균 수익률을 끌어 올렸다.

워너브러더스의 작년 마지막 분기 EPS는 컨센서스를 102.99% 밑돌았지만, 주가는 연초 이후 지난 13일(현지시간)까지 57.38% 상승했다. 콘텐츠 기업들은 작년엔 리오프닝(경제 재개) 영향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웨스턴디지털도 작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회복했다.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작년말에는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실제 작년 10~12월 분기의 EPS는 컨센서스를 224.83% 밑돌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공급 조절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회복했고,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연초 이후 36.42% 상승했다.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인 AMD는 연초 이후 28.35% 올랐다. 작년 마지막 분기 EPS는 컨센서스보다 95.63% 적었다. 하지만 최근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인기를 끌면서 반등장에서 주가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챗GPT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AMD의 경쟁사인 엔비디아를 꼽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중에서는 MGM리조트인터내셔널(MGM), 세일즈포스(CRM), 제너럴일렉트릭(GE)의 주가가 20% 이상 상승했다. 다만 어닝 쇼크 종목 중 상승률이 큰 종목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강하지 못했다.

카지노가 있는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MGM리조트는 작년 마지막 분기 EPS가 컨센서스보다 1979.21% 많았고, 연초 이후 주가가 31.58% 상승했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와 가전업체 GE의 작년 10~12월 분기의 EPS는 각각 컨센서스를 87.50%와 89.59% 웃돌았고, 주가는 29.03%와 26.45% 상승했다.

반면 작년 마지막 분기 EPS가 컨센서스를 104.68% 웃돈 글로벌 보안업체 노스롭그루만(NOC)는 오히려 주가가 14.91% 하락했다.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의 차이가 큰 40개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주가 수익률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