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업주가 하도급 경쟁입찰에서 ‘대금 후려치기’를 했다면, 부당하게 깎은 금액을 하도급 업체에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청 사업주에 이 같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건설업체 동일스위트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차액 지급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동일스위트는 2014~2015년 경기 고양시 삼송동, 원흥동에 있는 3개 아파트의 건설내장공사 하도급 업체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내장공사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열고,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와 우선 계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동일스위트는 최저가를 제출한 업체와 계약하지 않고, 다른 업체인 A사와 협상해 입찰된 최저 가격보다 더 낮은 금액에 일을 맡겼다.

하도급법은 ‘경쟁입찰에 의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행위로 규정한다.

공정위는 이 규정에 따라 동일스위트에 과징금 15억32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하도급대금과 최저 입찰금액의 차액인 14억5100만원을 A사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동일스위트는 공정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지만, 차액 지급명령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징금 처분도, 차액 지급명령도 모두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당한 하도급대금이 없었다면 동일스위트와 A사 사이에 적어도 최저 입찰가 수준의 하도급계약이 체결됐을 것이란 사정이 인정된다”며 “특수한 형태의 시정조치로서 최저가 입찰금액과 실제 하도급대금의 차액 상당의 지급명령이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