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8명 남기고 세상 떠난 남편…그리고 날 짝사랑한 남자 브람스
천재 여성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클라라 슈만(1819~1896)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로베르토 슈만(1810~1856)의 부인이다. 그리고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뮤즈’였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클라라는 열한 살부터 유럽 각지로 연주여행을 다닐 만큼 소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피아노 교육자인 아버지의 제자 로베르토와 열네 살 때부터 사랑에 빠졌고, 평생토록 그에게 충실했다.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도 법정투쟁까지 벌이며 로베르토와 결혼해 8명의 자녀를 낳았고, 남편이 음악가로 성공하는 데 든든한 음악적 후원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했다.

슈만 부부는 20세 청년 브람스를 만나 그의 재능과 열정을 아끼고 후원했으며, 세상에 널리 알렸다. 브람스는 남편을 잃은 클라라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감정을 키워나갔지만, 친구 이상의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는 평생 연모하던 클라라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슈만 부부와 브람스의 극적이고 낭만적인 삶과 음악, 사랑 이야기가 발레극으로 재탄생한다. 서울발레시어터가 17일과 18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무용 ‘클라라 슈만’에서다. 19세기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삼각관계’인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무대화됐지만, 창작 발레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2022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돼 이번에 초연되는 ‘클라라 슈만’은 서울발레시어터 명예 예술감독인 제임스 전(66)의 새 안무작이다. 전 감독은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와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창작 발레를 선보여왔다. 그는 “클라라에게서 여성의 강인함을 봤다”며 “8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 병약해진 남편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동반자,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연주자의 모습을 새로운 몸짓과 움직임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는 김고운(피아노), 변예진(바이올린), 변새봄(첼로), 조재현(비올라)으로 구성된 4중주단이 올라 슈만 부부와 브람스가 작곡한 실내악 소품들을 연주한다. 이들의 연주에 맞춰 무용수 이윤희(클라라), 정운식(로베르토), 황경호(요하네스)가 현대적이고 극적인 몸짓과 표정, 춤사위로 세 음악가의 드라마틱한 삶을 펼쳐낸다. 석지우 김향림 박경희 등 14명의 군무진은 극 중 오선지의 음표를 상징하는 움직임으로 각 장면의 분위기와 변화무쌍한 세 인물의 감정을 증폭시켜 표현한다.

전 감독은 “과장되지 않은 동작을 기본으로 하되 몸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을 극대화해 표현할 것”이라며 “연주자들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무용수들과 서로 밀접하게 교감하면서 극 중 캐릭터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징적인 무대장치와 미니멀한 의상 및 영상으로 무용수의 연기와 춤, 음악의 집중력을 높였다”며 “세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뿐 아니라 음악으로 연결돼 서로를 존중했던 이들의 관계를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