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삭은 배추포기 곳곳 방치…작년 배춧값 폭락 여파

전국 최대 절임배추 산지인 충북 괴산에서 지난해 밭에 버려진 김장배추가 5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배춧값 폭락에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했기 때문인데, 지금도 들녁 곳곳에 허옇게 마르고 삭은 배추포기가 즐비하다.

일각에서는 버려진 배추가 월동 병해충을 유발하거나 올해 농사에 지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확 포기한 배추 괴산에만 50㏊…올해 농사 차질 없을까
15일 괴산군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575개 농가가 504㏊의 가을배추 농사를 지었다.

배추는 전국적으로 풍작을 이뤄 8포기 들어가던 절임배추(20㎏) 한 상자를 6포기면 채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김장철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천원을 밑돌면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다.

괴산군은 7∼10%에 이르는 농가가 배추 출하를 못했고, 그 면적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밭에 방치된 배추는 한파와 강설을 겪으면서 그대로 얼어붙거나 썩었다.

봄의 길목인 '우수'(雨水·2월 19일)를 앞둔 지금도 수백∼수천 평의 밭이랑에 화석처럼 말라붙은 배추가 수두룩하다.

자칫 '괴산 절임배추' 명성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영농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수확 포기한 배추 괴산에만 50㏊…올해 농사 차질 없을까
괴산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무름병 등 병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서둘러 수거해야 하지만 병원균에 오염되지 않은 배추는 그대로 뒀다가 밭갈이 때 거름으로 활용하면 된다"며 "시각적으로 좋지는 않지만, 영농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배춧값 폭락이 올해 생산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산물의 경우 전년도 시세에 따라 재배량 증감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김장배추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많다"면서 "올해는 안정적인 수급 조절을 위해 농가 교육 등을 통해 적정규모 재배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는 가격 폭락으로 출하를 포기한 배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도내 김치제조업체와 손잡고 이른바 '못난이김치' 생산에 돌입, 지금까지 괴산과 청주에서 판로을 잃은 배추 1천800t를 확보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