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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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최근 북미 상공에서 격추한 미확인비행체 3개가 중국과 무관하고 감시 목적도 없는 물체라고 밝혔다. 국가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물체에 과잉반응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 사태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세 비행체가 중국 정찰풍선 프로그램의 일부였다거나 다른 국가의 정보 수집용이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어떠한 징후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상업적이거나 무해한 목적의 풍선일 수 있다는 게 유력한 가설로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연속 정체 불명의 비행체 3개를 미사일로 격추시켰다. 지난 10일 알래스카주 북동부 해안에서, 하루 뒤엔 캐나다 유콘 준주 서부에서다. 다음 날엔 미시간주 휴런 호수에 나타난 비행체를 폭파시켰다. 앞서 지난 4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공에서 중국이 보낸 정찰풍선을 격추시킨터라 이번에도 미국을 감시하려는 중국 측의 소행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들 비행체는 중국과 관련이 없고 군사정보 수집 목적도 없다는 게 현재까지 미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다. 수거 및 복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백악관이 중국과의 연관성을 직접 부인한 만큼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발표로 미국이 중국군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됐다는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커비 조정관은 지난 12일 휴런호 상공에 떠있던 물체가 한 번에 격추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당시 미 공군 F-16 전투기가 발사한 AIM-9 공대공 미사일 가격은 1기당 최소 40만달러(약 5억원)에 달한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허공에 돈을 날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한 다음 복구팀을 소집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이런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이번 발표로 중국 정찰풍선 사건 이후 고조된 미중 갈등이 다소 진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중 최고위급 외교라인의 만남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중국 정찰풍선 격추 이후 베이징 방문을 취소한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는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정찰풍선 복구 결과 미국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 미중 관계는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은 "2019~2021년 자국 영공에서 발견된 비행체 3개가 중국의 정찰풍선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에 항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 정찰풍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일본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선 2019년 11월 가고시마현, 2020년 6월 미야기현, 2021년 9월 아오모리현에서 각각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체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영공을 침범한 비행체에 대해 무기 사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일본이 미국의 방식을 따라 상황을 극적으로 만드는 대신 객관적이고 공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