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서민 생활비를 경감시킨다는 명목으로 통신, 식품업계에 대한 전방위적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섰다. 이에 SKT와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다음 한달 간 3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그간 원료비 상승분의 절반 정도만을 가격에 반영해온 식품업계에도 사실상 가격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물가안정 대책을 내놨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2%를 기록하며 한 달전인 12월(5.0%)보다 높아지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날 ‘은행 돈 잔치’를 비판하며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한 윤 대통령의 이날 ‘타겟’은 통신사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은행과 통신업계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라”며 통신사들을 겨냥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사전 조율됐을 대통령의 압박에 물가 안정 대책엔 통신비 대책이 대거 담겼다. 통신 3사는 3월 한달 간 만 19세 이상 가입자들에게 30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데이터를 추가 제공 받는 수혜 대상은 3373만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가입회선(5030만명)의 67%에 달한다.

국민의 데이터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지만 비용 절감 효과 사실상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입자들이 기존의 데이터 사용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통신비를 줄이려면 30GB 데이터 제공이 이뤄지는 한 달간만 요금제를 변경해야 한다. 전체 가입자의 80% 가량이 고가의 휴대폰을 구매하면서 약정이나 결합할인 등을 통해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책이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시적 혜택이 아닌 실질적 통신비 절감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요금제 다양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요금제 구간이 없는 40~100GB 내 요금제가 상반기 중 출시되도록 통신사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요금제 대비 가격은 저렴하고 혜택은 30% 이상 많은 시니어요금제도 출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도 강력하게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는 가공식품과 관련해 원료비 안정세가 소비자 가격에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작년 3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할당관세 등 정부의 수입 원가 절감 대책이 이어지고 있는만큼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식품업계는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 1월까지 10개월 연속 식량지수가 하락하긴 했지만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평균치에 비하면 여전히 38% 가량 높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가격 상승률은 20.5%, 농축수산물은 21.2%에 그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