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협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왼쪽부터),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민정비서관이 15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협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왼쪽부터),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민정비서관이 15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차관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명령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지만,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또한 수원지법 안양지청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부당하게 막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윤 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원의 1심 판결은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의 불법출금, 위법하지만 직권남용 처벌 어려워...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5일 이규원 검사(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은 2019년 3월 22일 성상납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하자 허위 내사번호 등을 기재해 불법 긴급 출국금지를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에 단서를 찾지 못했고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직권을 남용해 긴급출국금지를 내렸다고 봤다.

재판부는 절차 중 위법성은 있으나, 긴급 출국금지의 정당성이 있어 직권남용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우선 "당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며 "사후 김 전 차관의 범죄혐의가 드러났더라도 출국금지의 적법성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다만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재수사가 기정사실화 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라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도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출국금지 과정에서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받은 혐의, 이 서류를 은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불법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기간 동안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다면 형의 선고 자체를 면하게 되는 제도다.

' 안양지청 수사무마' 혐의 이성윤도 무죄
"석연치 않지만 직권남용 단정 어려워"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가운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 외압'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가운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 외압'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재판부는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아온 이성윤 고검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들의 진술과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석연치 않은 대응만 두고 보면 피고인이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안양지청 지휘부가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명시적으로 대검에 문의하지 않았고, 수사 필요성을 재차 개진하지도 않았으며 이의제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데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결과 도저히 수긍 못 해"...이규원 "유죄 부분 항소"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오른쪽),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오른쪽),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판결을 두고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 전 비서관은 선고 직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태산이 명동(鳴動·떠들썩하게 움직임)했는데 쥐가 한두 마리 나온 형국"이라며 "사필귀정의 상식적 판단을 내려주신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차 전 연구위원 역시 "흐린 구름 사이에서 잠시 빛을 잃은 진실과 상식이 정의의 법정에서 다시 환하게 빛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고검장은 "'윤석열 정치검찰'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특정 세력이나 사익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검사는 "재판부 판단을 존중하나,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은 항소심에서 더욱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원의 1심 판결은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는 긴급 출국 금지의 위법성, 안양지청의 수사가 부당하게 중단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항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