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무원들 "갑질 시의원에 철퇴를"…시의원, 노조에 사과

경기 안양시의회의 한 의원이 시청 간부 공무원에게 퇴직을 종용하는 듯한 막말을 했다가 공무원 노조가 반발하자 사과했다.

안양시의원, 시 간부공무원에 '퇴직 종용' 막말…공무원들 분개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본부 안양시지부는 15일 내부게시판에 시의원의 망언 사과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올리고 언론에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성명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 중 A시의원이 구청 과장(5급)을 향해 "대한민국에 '제설창고'라고 쓰는 데 있으면, 제가 의원 안 합니다.

과장님도 '제설창고'라고 부르는 데 있으면, 퇴직하셔, 어떻게 그렇게 하실래요?"라고 과장을 몰아붙였다.

앞서 이 의원은 "서울부터 경기도까지 다 제설전진기지로 사용하지, 제설창고라는 걸 사용하는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다"며 "그냥 제설창고가 아니고 제설전진기지라는 명칭을 쓰면 되는데 왜 꼼수를 부려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당시 시청 내부망을 통해 중계됐고 이를 본 공무원들이 분개하며 노조에 시의원 갑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직원은 노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시의원이 간부 공무원에게 저리 막말해도 되느냐"며 녹취 영상을 노조에 보내오기도 했다.

이에 노조가 이날 성명을 통해 "작년 행정사무감사 때도 고압적인 발언과 태도로 논란을 일으킨 의원이 또 망언을 했다"며 "해당 발언은 본인의 억지 주장으로, 상대를 모욕하려는 의도만 있는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포시, 청주시, 상주시 등 인터넷 검색만 하면 제설창고로 쓰는 여러 사례를 찾을 수 있다"며 "틀린 주장으로 시민이 선출한 의원직을 걸고, 여기에 더해 공직자에게 직을 걸라는 망언을 토해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A의원에게 퇴직 종용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시의회에는 반복되는 모욕적인 시의원의 언사에 대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시청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성명이 공개되자 해당 의원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글이 쇄도했다.

한 공무원은 익명으로 "유독 안양시의원들의 갑질은 유명하다.

수시로 국·과장을 의회로 호출해 민원인들 앞에서 목소리 높이는데 꼴불견"이라며 "앞으로 갑질하는 시의원은 분기별 투표를 해서라도 수시로 철퇴를 가했으면 한다"고 노조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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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시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명이 나온 뒤 노조집행부와 만나 얘기했다.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해당 시의원이 노조위원장을 만나 "막말한 것을 사과하겠다.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 있는 제설창고를 없애고 안양종합운동장 내로 이전 신축하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시에서는 제설창고나 제설전진기지나 법적, 행정적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직사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무원들이 간부 공무원이 시의원에게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모멸감과 자괴감을 많이 느꼈는지 노조에 시의원 갑질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면서 "시의원의 갑질 행태를 바로잡을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