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반쪽짜리 자본시장 선진화
공개매수제도를 활용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M&A) 시도는 최종적인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한국 자본시장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국내 M&A 과정에서 최대주주만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도 같이 누릴 기회가 처음으로 부여된 점에서 그렇다.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추진하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MBK파트너스 컨소시엄, SM엔터 인수를 시도 중인 하이브는 기존 최대주주 지분 매입 가격과 동일하게 공개매수 가격을 책정했다. 하이브에 맞서 SM엔터 인수 경쟁을 벌이는 카카오가 더 높은 가격에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몇 년 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 소액주주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청구권이 대주주 지분 매입 가격의 30~5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소액주주 보호 제도 대거 도입

UCK컨소시엄과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결정한 데는 금융당국이 내년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게 영향을 미쳤다. M&A를 할 때 경영권 지분과 같은 가격에 소액주주 지분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해 최소 50%+1주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UCK컨소시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을 앞두고 소액주주 지분만 싼 가격에 공개매수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이다. 금융당국은 소액주주 보호 강화와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기치로 내걸고 자본시장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고 있다.

한때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물적분할에 대해선 공시 강화, 상장심사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등 3중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상장사 임원은 최소 30일 전에 사전 공시하고 주식을 사도록 하는 제도도 추진한다. 인적 분할 때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등 자기주식 취득·처분 제도도 소액주주 권익을 높이는 쪽으로 변경된다.

경영권 방어 장치도 확대해야

그동안 소외받았던 소액주주 권익을 높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이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그 또한 문제다. 한국의 최대주주 및 경영권 보호 관련 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너무 동떨어져 있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대기업 경영권 승계 때 최고 상속세율(50%)을 매기고 또 20%를 할증하는 상속증여세법상의 ‘할증평가 과세’가 우선 그렇다.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지분 가치를 동일하게 간주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할증평가 과세도 완화해주는 게 맞다. 대주주 지분이 소액주주보다 높게 평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도여서다.

국내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자사주 취득·처분 제도마저 손볼 거면 다른 방어 수단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거의 모든 선진국이 신주인수 선택권(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했는데 한국만 없으니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다. 행동주의펀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너무 큰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확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균형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