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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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공유 프로그램 '토렌트'를 이용해 음란물을 본 40대 남성이 음란물 유포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2부(유효영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3)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2월26일부터 3월7일까지 사무실 컴퓨터로 토렌트를 실행해 음란물과 몰래카메라 영상 등 39건을 피해자 동의 없이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토렌트는 하나의 파일을 1대 1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파일을 가진 여러 이용자로부터 조각들을 동시에 전송받고, 지정 폴더에 저장된 파일을 자동으로 업로드하는 기능이 있다.

누군가가 파일을 내려받으면 같은 파일을 먼저 받아 지정 폴더에 보관 중이던 이용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해당 파일 조각이 상대에게 전송되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토렌트에서 내려받은 후 곧 삭제했으나 다른 경로로 함께 저장된다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영상을 내려받는 동시에 배포된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영상 배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토렌트에서 2∼3년간 2TB 상당의 음악, 영화, 음란물을 이용했고, 수사 당시 진술을 살펴보면 프로그램 이용법과 파일 공유 방법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포죄를 인정했다.

또, 몰래 찍은 것임을 암시하는 제목의 파일이 많고 시더(seeder·파일의 100%를 소유한 자)로서 영상을 올린 점 등도 유죄의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얼굴 등이 노출돼 정신적 고통이 크고 A씨의 범행이 장기간 지속돼 엄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A씨가 적극적으로 배포하려던 것은 아니고 파일을 내려받는 동시에 업로드가 이뤄지는 토렌트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