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명서 현대 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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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등 사명 변경 검토
글로벌 시장서 '현대' 뗀 모비스
지난해 해외 수주 '사상 최대'
글로비스도 역대 최대 운송계약
"애써 쌓은 브랜드 파워 잃는다"
일부 계열사는 사명 변경 반대
글로벌 시장서 '현대' 뗀 모비스
지난해 해외 수주 '사상 최대'
글로비스도 역대 최대 운송계약
"애써 쌓은 브랜드 파워 잃는다"
일부 계열사는 사명 변경 반대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사명에서 ‘현대’를 떼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대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계열사에서는 ‘애써 키운 기존 브랜드 파워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케피코 등 계열사 사명에서 ‘현대’를 떼는 방안을 놓고 회사별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별로도 사명 변경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50여 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계열사 중 ‘현대’로 시작하는 사명을 쓰는 곳이 30여 개다. 현대는 1946년 정주영 창업주가 세운 정비소인 ‘현대자동차공업사’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다. 현대(現代)라는 사명은 당시 자동차가 문명의 가장 큰 이기(利器)였기 때문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들어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완성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하면서 글로벌 ‘톱티어’에 올라섰다. 그러나 맏형인 현대차의 생산, 판매 실적에 따라 각 계열사가 함께 부침을 겪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현대모비스만 해도 현대차·기아에 대한 매출 비중이 총 70~8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도요타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는 계열사 덴소와 아이신은 일찌감치 매출 다변화에 나서 도요타 의존도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현대차 외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섀시 모듈을 수주했다. 그 덕분에 작년에만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총 46억500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따내며 사상 최대 해외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2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역대 최대 완성차 해상운송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계열사가 ‘현대’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 각 회사의 글로벌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해외 영업 때 ‘현대’를 떼고 모비스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에 따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일부 계열사는 현대를 떼면 회사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신입사원 채용부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에 현대라는 이름이 없으면 국내에서조차 무슨 회사인지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명 변경에 따른 비용도 부담이다. 일부 계열사는 간판 교체 등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검토가 당장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케피코 등 계열사 사명에서 ‘현대’를 떼는 방안을 놓고 회사별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별로도 사명 변경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50여 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계열사 중 ‘현대’로 시작하는 사명을 쓰는 곳이 30여 개다. 현대는 1946년 정주영 창업주가 세운 정비소인 ‘현대자동차공업사’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다. 현대(現代)라는 사명은 당시 자동차가 문명의 가장 큰 이기(利器)였기 때문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들어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완성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하면서 글로벌 ‘톱티어’에 올라섰다. 그러나 맏형인 현대차의 생산, 판매 실적에 따라 각 계열사가 함께 부침을 겪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현대모비스만 해도 현대차·기아에 대한 매출 비중이 총 70~8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도요타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는 계열사 덴소와 아이신은 일찌감치 매출 다변화에 나서 도요타 의존도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현대차 외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섀시 모듈을 수주했다. 그 덕분에 작년에만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총 46억500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따내며 사상 최대 해외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2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역대 최대 완성차 해상운송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계열사가 ‘현대’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 각 회사의 글로벌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해외 영업 때 ‘현대’를 떼고 모비스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에 따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일부 계열사는 현대를 떼면 회사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신입사원 채용부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에 현대라는 이름이 없으면 국내에서조차 무슨 회사인지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명 변경에 따른 비용도 부담이다. 일부 계열사는 간판 교체 등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검토가 당장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