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큰장 섰는데…"하려는 사람이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피대상 된 '금융 사외이사'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40명 중
30명이 다음달 임기 끝나
금융당국 "CEO 거수기" 지적 속
대폭 물갈이 예고되는데 '인선난'
"원래도 겸직 제한 등으로 꺼려
개혁대상까지 지목돼 모두 거절"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40명 중
30명이 다음달 임기 끝나
금융당국 "CEO 거수기" 지적 속
대폭 물갈이 예고되는데 '인선난'
"원래도 겸직 제한 등으로 꺼려
개혁대상까지 지목돼 모두 거절"
국내 대형 금융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사외이사 인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한두 명이 아닌데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그는 “10명이 넘는 사람에게 전화하고 직접 찾아도 가봤지만 번번이 사외이사직 제안을 거절당했다”며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점점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계 금융지주를 정조준한 사외이사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하면서 금융권에 ‘사외이사 구인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에선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75%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무리 없이 6년(KB금융 5년) 임기를 채웠다. 하지만 이번엔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이사회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을 추진하고 이사회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등 금융지주·은행 이사회 및 사외이사제도 개편에 나서면서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지난해 1~6월 국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주요 경영 안건 93건의 가결률은 100%였다. 사외이사 임기가 기본 2년에 1년씩 연장되는 구조여서 계속 CEO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금융지주 CEO들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진을 꾸리고 3연임, 4연임 등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회의도 잦은 편이다. 매달 1~3차례 회의와 간담회를 해야 하고 수시로 각종 회의도 열어야 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도 5~9개로 4~5개 수준인 일반 대기업보다 많다. 예컨대 KB금융은 2021년 기준 이사회 및 위원회가 66회 열렸고, 사외이사의 평균 연간 활동 시간은 415시간에 달했다.
겸직 제한도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같은 그룹 자회사를 제외하고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또는 비상임감사 등을 겸직할 수 없다. 반면 일반 기업 사외이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두 곳까지 겸직할 수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 220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771명 중 두 곳 이상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람은 168명(21.7%)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 사외이사는 소비자 보호,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명망가를 영입하고 싶은데 다들 고사해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민간기업인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이번에 친정부 인사들이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금융당국이 은행계 금융지주를 정조준한 사외이사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하면서 금융권에 ‘사외이사 구인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에선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75%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혁 대상 된 사외이사제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40명 가운데 30명(75%)이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KB 6명, 신한 10명, 하나 8명, 우리 4명, 농협 2명이다. 이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5대 은행에선 26명의 사외이사 중 20명(76%)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통상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무리 없이 6년(KB금융 5년) 임기를 채웠다. 하지만 이번엔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이사회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을 추진하고 이사회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등 금융지주·은행 이사회 및 사외이사제도 개편에 나서면서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지난해 1~6월 국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주요 경영 안건 93건의 가결률은 100%였다. 사외이사 임기가 기본 2년에 1년씩 연장되는 구조여서 계속 CEO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금융지주 CEO들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진을 꾸리고 3연임, 4연임 등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책임 커지는 사외이사
사외이사진을 새로 꾸려야 하는 금융지주엔 ‘비상’이 걸렸다. 국내 금융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금융지주 사외이사 자리는 일도 많고 책임질 위험도 커서 다른 대기업 사외이사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며 “금융당국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상황에서 선뜻 하겠다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금융지주 이사회는 회의도 잦은 편이다. 매달 1~3차례 회의와 간담회를 해야 하고 수시로 각종 회의도 열어야 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도 5~9개로 4~5개 수준인 일반 대기업보다 많다. 예컨대 KB금융은 2021년 기준 이사회 및 위원회가 66회 열렸고, 사외이사의 평균 연간 활동 시간은 415시간에 달했다.
겸직 제한도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같은 그룹 자회사를 제외하고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또는 비상임감사 등을 겸직할 수 없다. 반면 일반 기업 사외이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두 곳까지 겸직할 수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 220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771명 중 두 곳 이상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람은 168명(21.7%)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 사외이사는 소비자 보호,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명망가를 영입하고 싶은데 다들 고사해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민간기업인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이번에 친정부 인사들이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