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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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정책 장기화 우려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철강업종은 빨간불을 켰다.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해외공장 자국 복귀) 정책이 투자심리를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3% 떨어진 2427.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하락하며 유가증권 시장 내 대부분의 업종이 부진했지만 철강금속(3.39%)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전날 KRX 철강 지수도 2.37% 올라 KRX 지수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별 업종으로 봐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미국 시장에서 리튬 추출 사업을 개시하겠다고 발표한 포스코홀딩스가 6.03% 급등하며 철강업종 상승을 견인했다. 동국제강(2.79%), KG스틸(3.07%), 세아베스틸지주(2.68%), 고려아연(2.42%) 등도 2% 넘게 올랐으며 현대제철도 0.88% 상승했다.

철강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배경엔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있다. 특히 중국의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에서 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건설기계, 인프라 건설주 등 중국 내 산업재 업종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국내 철강주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분석했다. 철강주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1월 중국 신규 위안화 대출은 4조9000억위안(약 912조원)으로, 전월 1조4000억위안(약 260조원) 대비 대폭 증가했다. 기업의 중장기 대출은 3조5000억위안(약 651조원)으로 전 월 대비 2배 늘었다.

미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제조업 리쇼어링과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는 점도 국내 철강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국 내 중국산 철강재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 기업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과 투자가 확인되자 미국 철강 기업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며 "철강 수요는 북미, 동남아, 중국, 유럽 순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달 예정된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다. 양회에선 경기부양책 등이 논의된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양회 이후 중국 내 건설 활동이 재개되면 철강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현재 철강 재고는 높은 수준이지만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 달부터 철강 재고는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철강 제품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재료 철광석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중국산 수입 철광석(CFR, 운임포함) 가격은 t당 124.07달러를 기록했다. 5주 연속 120달러선을 유지했으며 지난해 11월 4일(t당 82.4달러) 대비 50% 가까이 급등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철강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열연과 냉연, 후판 등 제품 가격에 반영한다. 따라서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 철강사들의 수익성도 좋아진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이달과 다음 달 열연강판의 가격을 t당 5만원씩 총 10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포스코도 지난달과 열연강판 가격을 t당 5만원 올렸다. 열연강판은 자동차 등에 사용되며 철강 시황을 판단할 때 중요한 가격 지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원가를 고려해 열연강판 외 철강재 가격도 올릴 수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 등 수익성 높은 상품을 판매해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